그남자...

 

 

내가, 이별을 믿지않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그녀는 내게 끝까지 싫어졌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요즘도 내가 전화를 걸면 그녀는 피하지 않고

받아줍니다. 내가 말없이 전화를 들고만 있어도

그녀는 먼저 끊는 법이 없습니다.

셋째, 그녀의 친구들은 아직도 우리가 헤어진 사실을 모릅니다.

우리가 언제라도 아무렇지 않게 되돌아갈 수 있도록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겁니다.

넷째, 그녀는 헤어지기 한달전에 내게 카메라를 선물했고

우리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내앞에 놓인 이 사진속에서 그녀는 환하게 웃고있습니다.

헤어짐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웃을 순 없을겁니다.

다섯째, 그녀가 정말 이별을 원했다면

헤어지기전, 그렇게 자주 이유없이 울지는 않았을 겁니다.

내겐, 이렇게 그녀가 이별을 원하지 않았다는

증거나 다섯개나 있습니다.

그녀는, 그냥 화를 내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녀는, 곧 돌아올겁니다


그여자...


 

이별이란 말을 하는 순간 모든게 끝날거라 믿었는데

그렇지도 않나봅니다.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 있네요.

우선은, 깨끗이 비우는 일.

휴대전화에 다이어리에 태연하게 남아있는 사진을 떼어내는일.

그속에서 웃고있는 모습들을 외면하고, 찢어버리는 일.

아직도 내게 그사람의 안부를 묻는 이들에게

우리의 이별을 말하는 일.

다들 많이 놀라겠지만 그래도 당황하지않고

담담하게 말해주는 일.

"그냥.. 그렇게 됐어.."

계속 걸려오는 그사람의 전화에 이젠 침묵대신

거절을 말하는 일.

"이젠 전화하지 말아 줘."

이별을 인정하지 못하는 그사람에게 이별을 설명해야 하는 일.

"우린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 헤어진거야. 널 사랑하지 않아"

늘어지는 여름 해처럼 헤어짐이.. 참 길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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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오늘 그녀는 좀 이상했습니다
잘 입지않던 치마에 화장까지 그리고 자주 이어지는 침묵....

하지만 어제 그녀의 메시지를 듣고도
전화하지 않았던게 내심 찔렸던 나는
차라리 그 침묵이 다행이다 싶어 이유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오히려 먹고 싶은게 없냐고 물었고
나는 농담삼아서 그녀가 싫어하는 장어구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정말 먹으러 가자고 날 잡아 끌더니
싫은 표정도 없이 장어구이를 한점 두점 먹기까지 합니다

그녀가 정말 이상하다는 걸 느낀거는
식사 후 까페에서 그녀가 커피대신 녹차를 시킬 때였습니다
하루종일 별말이 없던 그녀는
갑자기 우리에게 있었던 일을 얼마나 기억하냐고 묻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같이 본 영화
함께 다닌 장소들

그러더니 갑자기 이 모든걸 잊지 말아달라고 말합니다...
그리곤 그동안 행복했었다며 일어나 버립니다

오늘 그녀의 낯선 태도가 이별을 위한 준비였다는 걸...
난 그제서야 깨닫습니다

이별이 이렇게 갑자기 올 수도 있다는 걸
난 정말 몰랐습니다



그 여자

세수를 하다가 거울속의 나에게 말해봅니다
잘할 수 있지?
잘할 수 있을꺼야...

어젯밤 울어서 퉁퉁 부운 눈에
차갑게 얼린 녹차 티백을 얹어놓고
다시한번 다짐합니다

울지 말자
울지는 말자
오늘은 우리가 헤어지는 날
내가 그 사람을 놓아주는 날입니다

가슴엔 옛사랑을 담아놓고 입으로만 날 사랑한다던 그 사람
오랜시간 자기만을 바라보던 나를
더이상은 외면하기 힘들어서 날 받아주었던 그 사람
그런 그를 내가 놓아주는 날입니다

옷을 고르고 화장을 하고
그를 만나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내가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다던 그 사람의 걱정을 떠올리며
오늘은 녹차를 시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와의 잊지 못할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려 봅니다
그동안의 시간들이 내겐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온전히 내것일 수 없는 불완전한 행복일 뿐이였죠


그 사람이 나를 귀찮아 하기 전에...
내가 지치기 전에...

나는 그를 이렇게 놓아줍니다


내가 지치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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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지...
어쩌면 평생 너 만나려고 이렇게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좀 더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지...
허송 세월 하면서 시간 보낼 수 있는 방법 많아...

허송 세월이지...
너 없이 근근히 어떻게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거니까...
어쩔 땐 외로움 같은 거 지루함 같은 거... 그런 것들 피할 수 있는 방법... 많아...
소주도 있고 라디오, TV, 비디오... 친구도 있고...
그 시간들이 좀 느리게 흘러갈 수도 있겠지만... 그건 별로 문제가 아니야...

문제는 희망인데... 그것만 있으면 다 되거든?
그래서 말인데... 너... 나한테 약속할 수 있니? 나한테 다시 오겠다고...
설사 나는 너를 못 기다려도... 너는 나한테 오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



그여자...♀



 

약속한다면... 너는 그거 믿을래?
그 약속 해주면 내가 누굴 만나든 어디에 가든 넌 무작정 믿고 기다릴 수 있어?
약속이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지 넌 아직도 모르니?

약속대로라면 내가 너한테 이러면 안되잖아...
우리는 평생 사랑하자... 절대 거짓말 하지 말자... 서로 마음 아프게 하지 말자...
우리가 약속 얼마나 많이 했는데...

결혼식장에 가봐...
'두 사람은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서로를 사랑하겠습니까?'
모두들 그렇다고 하고 결혼하지만..

 부모님과 성경책을 두고 맹세한 사람들도 마음만 바뀌면 다 헤어져...
마음이 변하면 약속은 거짓말하고 똑같아...

니가 해달라면 내가 못해줄 거 같아?
거짓말도 거짓 약속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너무 쉬운 거야... 그냥 말하면 되니까...

돌아올게... 꼭 너한테 돌아올게... 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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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당신을 가까이서 보게 됐거든요.


우연한 기회였어요.
점심시간 이었죠.
모두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농담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당신은 연필을 깎고 있었죠.
오랫만에 보는 풍경 이었어요.
도로록 소리가 나는 칼을 들고
연필을 깎고 있는 모습,
커피를 마시는 내내 지켜 봤어요.


당신은 연필을 다 깎더니
부스러기가 담긴 종이를 곱게 반으로 접어
휴지통에 버렸죠.
그러곤 자리에 돌아가서
연필로 뭔가를 쓰기 시작 했어요.


나는...
나도 모르게, 당신 옆으로 점점
다가 갔어요.
아마도...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것 같아요.
하지만 들을 수 없었죠.


내가 다가가는걸 눈치챈 당신이
수첩을 덮더니 밖으로
나가 버렸거든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순간, 당신의 수첩을
펼쳐 보았어요.
그리고 그 수첩에서
내 이름을 보았죠.
백번도 넘게 쓰인 내이름...


나는 서둘러 수첩을 덮고,
복도로 뛰쳐 나갔어요.
그랬더니, 당신은... 긴장한 탓인지,
땀에 젖은손을 옷에 쓱쓱 비비며
복도에 서 있었죠.


그 때부터 였어요.


소리없이 나를 지켜봐 주던 사람,
연필로 내이름을 쓰던 사람,
그러면서 나를 피해 도망치던 사람,
...당신은 그런 사람 이잖아요.


당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지곤 했어요.
햇살이었죠.


나는 그렇게...
당신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여자

 


당신이 나를 보지 못할것 같았어요.


당신은 너무나도 빛나고 있어서,


당신은 늘 바빠 보여서,


당신옆에는 용감한 여자가 많아 보여서...
나를 돌아보지 않을 줄 알았어요.


고등학교 때, 나를 아껴주신 선생님이
그런 이야길 해주신 적이 있죠.


나는, 그늘 같은 사람이라고.


나쁜 뜻은 아니었어요.


그늘은 여름이면
더위에 지친 사람이 찾아드는 곳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말이 슬펐죠.


그늘이 좋은건, 그 때 뿐이잖아요.
너무 뜨거운 계절이 아니면
나를 찾는이는 없을테니까..


못난 소리인 건 알지만, 혹시...
혹시...당신이 사는곳이 너무 뜨거워서,
너무 빛나게 눈부셔서,
그래서 나를 찾았나요?


그늘같은 나를... 그런건가요?


..왜 ..나를 좋아하게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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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
.
.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에
나는...
마음이 아프다가...마음이 쓰리다가...
마음이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내가 사랑한 사람이 저렇게 독한 사람이었던가.

그녀의 냉정한 옆모습, 그녀의 독한 뒷모습,
이젠 그녀의 따뜻했던 앞모습은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기억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지금은 그녀를 미워하는 것보다..
나를 지키는 게 더 급하니까요.

내 목구멍이 아프다가... 내 두눈이 쓰리다가...
내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여자
 
.
.
.

많은 이유가 있었겠죠.
처음 같기엔 너무 오랜 시간.
현실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초라하게 느껴지는 그의 조건들.
그때마다 미치게 싫어지던 내 자신의 속물스러움.

헤어지고 싶어졌어요.

나를 그리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기억조차 하지 않았으면..
나와 지낸 시간을 잘라내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길.

그렇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만.
아무 상관없다고 말하긴..
 
그래도 미안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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