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이 없다면 난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 시를 쓰리라

내게서 손가락이 사라진다면
입술로
바람에게 시를 쓰리라

입술마저 내게서 가버린다면 난
내 혼으로
허공에다 시를 쓰리라

내 혼이 어느날 떠나간다면
아, 그런 일은 없으리라
난 아직 살아 있으니까

류시화의 《저녁의 꽃들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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