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
겨울 바다에 왔습니다. 누구라도 내가 외로운걸 알아줬으면. 지나가는 누구라도 내 짝사랑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줬으면. 그런 마음을 파도가 아는지 말합디다.
'철썩' 나도 고단하다오. 당신만 고단한거 아니오'
'철썩' 다가갔다가 또 퇴짜맞은거 당신 뿐이 아니오'
'철썩' 나는 지구가 생길때부터 그러고 있다오. 밀려 갔다가 밀려 왔다가.
'철썩' 그래도 당신은 그 사람의 옷자락이라도 붙잡아 보지 않았소.
'철썩'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오...허나 나는 아직 그 사람의 옷자락도 적셔 본 적이 없다오'
'철썩' 내가 다가가면 그는 깜짝 놀라 도망간다오.
'철썩' 죽을 힘을 다해 쫓아 가지만... 나는 기껏 그의 신발만 적셨을 뿐이라오..'
'철썩' 뾰족한 유리조각이 에메랄드처럼 둥글어 질때까지 이렇게 나는 밀려가고 밀려오지만 나는 아직 그의 옷자락도 적시지 못한다오..'
'철썩' 그게 사람 마음 이라오... 그것이 짝사랑 이라오..'
'철썩' 그만하시게... 그만 두시게..'
나만큼 외롭고 고단해 보이는 겨울바다가 가여워서 나는 구두를 신은체 바다에 발을 적셔 봅니다..
그 ♀.... 3월인데... 겨울도 아닌데 눈이 펑펑 옵니다.. 창문을 열면 얼굴 위로 파르르 쏟아지는 눈송이.. 이 하얀눈 어디에 공해 성분이 있다는 건지... 저렇게 이쁜데... 이렇게 탐스러운데... 입다무는것도 잊은채 창밖을 보고 있으면 하얀 눈송이는 내 입속으로 꿀꺽..
그러다가 문득 허전한 느낌...
방안을 둘러보면 내 허전함의 정체는 전화벨소리.. 눈이 오신다고 창밖을 보라고... 집근처로 잠깐 나올수 없냐고 당장이라도 걸려올 그 사람의 전화.. 하지만 오늘은 어쩐지 소식이 없네요.. 어디 먼곳으로 눈이 오지 않는 곳으로 여행이라도 떠난 걸까요?
창밖을 보면 어느새 길 위에는 눈이 쌓이고... 그 위를 미끄러질듯 기우뚱 거리며 걸어가면 사람들.. 열어놓은 창으로 쏟아지는 눈송이들이..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살푼' 내미는 손을 외면하지 말아요..'
'살푼' 혼자 팔짱끼고 걷다가 쿵하고 넘여져도 난 몰라요..'
'살푼' 이것이 마지막 이랍니다..'
'살푼' 곧 녹아 버릴지도 모른답니다..'
'살푼' 올 겨울 마지막 눈이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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