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일어났어?
그럼 지금 일어나... 응?
지금 일어나서 빨리 나와라..
야... 이거 너한테만 가르쳐 주는건데..
왜 있잖아...
오늘 날씨 미쳤다..
아니 그만큼 좋다는 말이지..

지금 커텐 한번 확 재껴봐...
어때?
아~~휴.. 먼지나는거 말고..
하늘좀 봐봐..

저 햇살이 거의 나의 웃음에 필적하지 않니?
예술이야..예술..
그리고 지금 바람도 분다..
니가 생각해도 나와야겠다 싶지?

해나고 바람부니까 나와야지...
빨리나와.. 응?
아무것도 하지말고..
그대로 빨리나와.. 알았지?
나 지금 너네 집 앞으로 간다...뚝..

 


she...

뚝...
그 사람의 전화는 이렇게 끊어 집니다..
몽롱한 채로..
아니 아니... 잠깐만.. 잠깐만...
그말만 중얼거리던 나는 이제야 맘이 급해지죠...

부랴부랴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나선
냉동실에 얼려둔 녹차티백을 눈두덩이에 얹고
옷장문을 열어봅니다..

'언니? 내 하늘색 블라우스 못봤어?
어우 나한테 말두 안하고 입구 그래..
또 다 늘여 놓은거 아냐?...
엄마... 엄마는 내 흰바지 빨았어?
아.. 여기 있구나..
아냐.. 엄마 됐어... '

아~~~휴..
눈이 왜 이렇게 부은거야?...
우당탕 거리다 기어이 화장실에서
철푸덕 넘어지는 날 보시며..
저...저...쯔쯔...
엄마의 혀차는 소리...

'야... 너는 내옷 안입었어?..'
언니의 신경질도 몰라요.. 몰라...
난 정신없이 머리를 감고 화장을 시작하죠...

퉁퉁부은 누두덩이지만 오늘은 살짝 반짝이도 발라봅니다..
6월의 햇살을 채근하는 남자친구...
그 환한 웃음을 생각하며...

질끈 묶어다니던 머리카락도 쭉쭉펴서 드라이를 해보죠..
바람을 아까워 하는 남자친구..
그 실눈같은 미소를 생각하며...
그러는 사이 내핸드폰은 딩동..
메세지 하나를 받아 챙겼습니다..
남자친구가 도착했대요...
어서 나가야 겠어요..

집밖엔 내가 젤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 날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따가운 햇살...
간지러운 바람 그리고
양산같고 선풍기 같은 내 남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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