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집에 돌아와.. 주머니에서 이것저것을 꺼내놓다가,
습관처럼, 지갑에서, 그녀의 사진을 꺼내봤어요.
한 2초쯤 바라보다, 다시 지갑에 넣으려는데..
문득,..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젠, 슬프지도, 그립지도 않은 얼굴인데,
나는 왜 아직 이러고 있나..
그런, 이상하고 낯선 기분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내내 뒤척이다 생각했어요.
'그만 잊어버려야겠다..'
그동안.. 난, 잊고 싶다고 말은 하면서..
오히려,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아마,
우리가 주고받은 마지막 말들 때문이겠죠.
나 : "너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사니.."
내가 그녀에게 말했을 때.. 그녀는 그렇게 대답했거든요.
그녀 : "걱정마, 니가 나보다 더 잘 살거야.."
그 말대로 되기 싫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슬픈 기억들을 생각하고,
마지막날, 내가 얼마나 가여웠던지를 생각하고..
그만 잊어버려야겠습니다.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될 것 같아요.
만약.. 이 다음에, 그녀가 나를 보면서,
좀 원망하는 눈빛으로,
그것 보라고, 내 말이 맞지 않았냐고,
너는 나 없이도 잘 살지 않냐고.. 그렇게 말을 한대도,
나는.. 할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척 그리워하다가 잊었으니, 니가 이해하라고
그래도, 한동안은, 너를 많이 그리워했었다고
그러니, 니가 이해하라고.
she...
지난 사랑을 아름답게 기억하기 위해선,
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죠. 미련, 집착.. 그런것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버려야할 것은..
진실. 아닌가요?
드라마 속 커플처럼,
원수의 집안이나.. 의붓 남매가 아니고서야,
다들, 헤어질만해서 헤어졌을텐데..
그만큼 미움이 깊어져서 헤어졌을텐데..
그때, 서로에게 얼마나 옹졸했었고,
얼마나 실망했었는지..
그런 진실을 모두 외면해야,
비로소, 아름다운 기억만 남는거, 아닌가요?
아직도.. 빼지 못한 커플링,
지우지 못한 그 사람의 문자 메시지들..
친구들은 가끔 물어봐요.
왜 그렇게 다.. 붙잡고 있냐고.
나는 대답하죠.
..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다 잊어버리고, 성급히 다시 그리워하다가..
내가 먼저 연락하고 싶지 않아서.
지금처럼, 어스름이 내릴 때,
차지도 덥지도 않은 바람이 불 때..
힘들게 누르고 있는.. 그리움 같은것을
나도 모르는 사이.. 흘리게 될까봐.
... 나는, 자주 꺼내어봐요.
헤어질 무렵 그가 보낸.. 싸늘한 문자 메시지들.
새삼 확인하죠.
우린 결코, 사랑해서 헤어진게 아니라고,
다시 만나도 똑같을거라고,
그는 나보다.. 더, 잘 살고 있을거라고,
나는 이래도, 그는 벌써.. 나를 다, 잊었을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