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


많은 큰 사건처럼,
우리의 이별도, 그렇게 드러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너 요즘은 왜 나한테 바보라는 말 안해..?"
내가 물어보았을 때,
.. 그녀는 그랬죠. 그냥.이라고.

"우리, 주말에.. 수제비 먹으러 삼청동 갈까?"
내가 물어보았을 땐,
.. 그녀는 웃지도 않은채로 말했어요.  다음에.라고.

"야, 나, 이사갈 방 구했어. 어딘지.. 안 궁금해?"
내가 물어보았을 때,
.... 그녀는 되묻는 대신, 겨우 한마디 하기를.  잘 됐네.라고.

돌아보면,  
우리가 곧 헤어질거라는 증거들이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는데,
나는 내내, 반대편의 증거들만 모으고 있었습니다.  

원래, 전화기를 잘 꺼두는 사람이니까.
원래, 사진찍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원래 5월은, 그녀가 유난히 바쁜 달이니까.

... 현실을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했고,
지금은 현실을 깨닫았으니,
이제, 나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요?

미친 듯이 전화하고,
그녀를 찾아다니며, 숨어서 지켜보고, 주정하고, 울고..
그게, 내가 앞으로 겪어야할 과정일까요?

... 남들이 겪을땐,
우스울만큼, 명백하고 뻔한 이별의 과정이었는데..  


막상 그걸, 내가 겪어야한다니,
나 혼자 겪어야한다니..

지금 난, 사랑한 게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 ♀...


세상에서,
우리의 것이 가장 대단한것 같았던.. 그 사랑이
점점. 사라지는걸 느꼈을 때.

'나도, 어쩔 수 없구나..'
'나도, 남들같구나..' ... 생각을 했었지만은
그래도, 마음 어딘가,
남다르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봅니다.

잘 헤어지고 싶었어요.
너무 갑자기 통보하지는 않는.. '예의바른 이별'
... 그렇게라도,
먼저 변한 내 마음을.. 좀, 사과하고 싶었고.

그래서, 지난 몇 달을, 그렇게 보냈죠.
다 식어빠진 커피처럼
향기도, 온기도 없었지만,
..그래도 가끔 만나고, 전화를 하고.

나는, 그 정도면, 그에게도 충분한 시간이었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헤어지자는 내 말에, 그는 마치
꿈에도 그런 생각은 해본적도 없는 사람처럼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몇 번이나 내 말을 반복했어요.
"헤어지자고..? 헤어지자고..?"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건 오히려 나였습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요..?
내가 그렇게 달라졌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모를만큼, 나를 사랑했던걸까요..?
아무것도 모를만큼, 내게 무관심했던걸까요..?

오랫동안 준비한 이별을, 마무리한 날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어지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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