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헤어진지 이틀째...
하루를 술로 보내고... 하루를 망설임으로 보낸 끝에,
결국 이렇게 그녀의 집까지 찾아 왔지만, 그 다음이 더 어렵네요!
전화를 걸어서 집앞이니 잠깐 나오라고 해야되는데...
벌써 내 번호도 다 지워버렸을 그녀에게 차마 전화를 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냥 돌아가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 다시 차에 올라탔을때,
마침... 주차장으로 그녀의 차가 들어왔습니다.
내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나는 어떤 말부터 꺼내야될지를 생각합니다.
'미안해... 아무래도 안되겠다! 다시 시작하자!'
그런데, 사납게 뛰던 제 심장이 지쳐 잠잠해질때까지도 그녀는 차에서 내리지 않습니다.
혹시 들어오면서 날 본걸까? 그렇다면, 나하고 마주치기 싫어서 내리지 않는 걸까?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 그녀는 벌써 30분째, 나는 벌써 한시간째...
우리는 멀고도 가까운 거리에 이렇게 앉아 있습니다.
그 여자...♀
잘못본게 아니었군요...
주차장으로 들어올때 낯익은 차가 보이긴 했지만, 착각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어제... 오늘... 내내 누군가를 당신으로,
누군가의 목소리를 당신의 목소리로, 누군가의 차를 당신의 차로...
착각하며 지냈거든요...
또 한번 바보처럼 모르는 사람을 슬픈목소리로 부르게 될까봐
차의 전조등을 끄고 어둠에 눈이 익을때까지 기다렸어요.
그런데, 거울 옆에 달려있는 작은 인형도... 자동차 번호도... 어둠속의 모습도...
당신이 맞네요...
나를 보러 온 거겠죠? 내게 할 말이 있는거겠죠?
그 말이 최소한 이틀 전 내게 했던 말만큼 절망적인것은 아니겠죠?
이미 헤어졌으니깐... 더 헤어질순 없으니깐...
차에서 내려 모든걸 물어보고 싶은데, 몸이 움직이질 않아요...
당신... 내게 무슨 말을 하러 온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