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비가 옵니다.
피부가 하얀 그녀, 그래서 하늘색 옷이 잘 어울리는 그녀는 오늘..
하늘색 우산 속에서 많이 예뻐 보입니다.
한 우산 속에서 걷다 보니 어깨가 슬쩍 맞닿기도 합니다.
습한 공기에 끈끈하게 느껴지진 않을까 한 발 옆으로 떨어져 봅니다.
금세 후회합니다. 한 걸음 떨어지긴 쉬웠지만 다시 가까이
다가서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고맙게도 갑자기 비가 많이 쏟아집니다. 놀라는
척하면서 간신히_ 그녀 옆으로 다시 다가섭니다. 아 . . 이럴 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척 얹고, "이래야 비를 덜 맞을 것 같아서요." 변명처럼, 순진한 얼굴로
말하고 싶은데 이건 너무 흔한 수법이겠죠? 방금 그녀가 물구덩이를 밟아서
그녀 발목에서 찰랑대던 발찌에 흙탕물이 튀었습니다. 허리를 굽혀 휴지로 닦아
주고 싶지만 그럼 또 엉큼하다고 생각할까 봐 다시 한 번 망설입니다.
비가 오는 날이 좋습니다. 그녀와 조금 더 가깝게 걸을 수 있고,
그녀의 샴푸냄새가 조금 더 짙어지니까요.
그 여자...♀
비 오는 날의 외출.
좋아하는 빨간 우산을 잃어버려서 오늘은 하늘색 우산을
가지고 나왔어요. 거기다 힘들게 드라이했는데 앞머리가 자꾸만 돌돌 말려서
오늘은 스타일이 영 엉망이에요. 한 우산 속에서 걷고 있지만 어쩐지 그 사람과
내 어깨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요. 한쪽 어깨가 다 젖을 만큼 저만큼 떨어져
걷는 이 사람. 내가 슬쩍 팔짱을 끼면서, "이렇게 해야 비를 덜 맞아요."
말하고 싶은데 . . 그래도 될까요? 으~ 비가 오니까, 지렁이도 외출했나봐요.
밟을까 봐 급하게 발을 옮기다가 물 웅덩이를 밟아 버렸습니다. 흙탕물이 그 사람의
바지에까지 튀었어요. 손수건으로 닦아 주고 싶은데 그러면 너무 이상해 보이겠죠?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위를 올려다보면 거긴 우리 두 사람만의 하늘이 있어요.
하늘색 우산 아래 작은 세상. 그곳에 우리 두 사람이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