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오랜만에 찾아 뵌 교수님이 누구의 전화번호를 알고 싶어 하셔서

저는 하는 수 없이 한 친구에서로 전화를 걸어야 했어요.

전화를 건 제 친구는.. 제가 2년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의 절친한 친구였죠.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하면서도

그 친구한테 조금 비굴하게 비춰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물으려고 전화를 건 게..

나랑 헤어진 친구의 안부를 물으려는 의도로 비춰지게 될까봐서였습니다.

 

" 어?! 웬일이야?"

 

먼저 전화 받는 목소리부터가..

전화 걸 일이 없는 사람인데 전화를 받았다는 식입니다.

난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교수님이 누구 전화번호를 알고 싶어하시는데

그 친구 전화번호가 바뀐 거 같아, 너라면 알 수 있을 거 같아 전화했다고

용건만을 얘기했습니다.

 

괜한 전화를 한 거 같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김에 " 여자친구의 전화번호까지 물어볼 걸... 그랬나..." 하는

속물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혹시, 그 친구의 전화기에 찍힌 내 전화번호가

헤어진 여자친구한테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순간..

그녀가... 아주 조금.. 보고 싶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합니다.

 

다 께끗이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완벽하게 잊을 수 있는 건... 없는 건가 봅니다..

 

 

 

그 여자...♀

 

그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대요.

" 전화번호 있는데 가르쳐줄까?"

친구가 물었어요.

 

그동안, 난 나를 돌보느라 정신 없어서 그 사람 생각하지 못했었어요.

그 사람 때문에.. 아니며, 사랑 때문에라도 난...

그 동안 너무 많이 훼손됐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날 좀 돌아보려고... 좀 보살피려고... 난 한번도 떠올린 적 없었어요.

근데.. 오늘 친구 전화를 받고.

"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은 바보가 여기 있구나.." 생각하며...

조금.. 휘청 거렸어요.

 

아무렇지도 않을 것만 같았던 이름 세 글자가..

나와 상관없는 게 아니었네요..

음... 백만분의 일쯤 되는 확률이겠지만..

설령.. 그 사람한테서 전화가 걸려온다 해도..

난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그 사람과 상관없는 것엔 눈길도 안주던 나였죠.

그때 나는 그랬어요.

하지만..

언젠가부턴 세상 모든 걸, 그 사람과 연관짓지 않겠다던

내 다짐들이 비참하게 금 가고, 짓밟히는 오늘이었어요.

 

서로 헤어지면서 전화번호를 바꾸자고 했었는데..

오늘 내가 받아 적은 그 사람 전화번호 중...네개의 끝 번호가..

우리가 한 떼 공유했던 그 번호랑 똑같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힘든건지..

 

그래요..

나도 새번호로 바꾸긴 했지만...

당신처럼.. 나 역시도, 끝 번호 네 자리만큼은 바꿀 수가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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