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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ㅣ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경우는 이제껏 읽은 책도 얼마 되지도 않고, 독서의 폭도 좁은 편이라 책을 선택할 때 과연 내가 이 책을 읽고 작가의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있나? 쉬운 소리도 어렵게 돌려서 풀어쓰는 책은 딱 질색이다. 박완서 작가는 워낙에 유명하신 분이고 그녀의 명성은 익히 들었었지만, 직접 책을 읽은 적은 없었다. 읽은 지는 꽤 오래돼서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소설로 그린 자화상. 유년의 기억이라고 책 표지에 써 있다. 이 소설은 박완서 작가가 본인의 유년시절을 기억으로만 쓴 순수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덧붙이고 꾸미는 것을 최대한 자제한 글쓰기 말이다. 제목에서 나온 "싱아"라는 것의 의미는 기억의 대상이다. 자신이 시골에서 보냈던 유년시절 때의 보고 먹었던 대상에서, 서울에 올라와 시골을 떠올리면 자연히 회상하게 되는 대상, 그리고 기억으로 더듬어 소설을 쓰게 된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1940~1950년대의 사회상과 작가 본인이 유년기, 청소년기, 보냈던 시간들을 마치 경험하듯이 세심하게 묘사가 되어 있어서...간접경험이었지만 마치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좋았다. 시골에서 보냈던 행복했던 유년기...나도 시골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는데...벌써 십오년은 넘은 얘기같은데...희미해져서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것 같지만,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즐겁고 재미나게 보낸 시간들이라서 그런 것 같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희미해지기는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박완서 유년기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가족이나 주변인물들 중에도 특히 박완서 모녀의 대립...조금은 냉담하게 표현한 부분들도 있어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생각없이 웃고 넘겼는데...만약 내가 글을 쓴다고 했을 때...이렇게 사실적으로 솔직하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았다. 이미 지나버려서 다시 되돌아 갈 수 없는 시간들이지만...기억의 도움으로 회상으로는 언제까지나 남을 소중한 추억의 시간으로 떠날 수가 있다. 기억이란 것이 꼭 추억이란 이름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만 있을 리 없다. 6.25전쟁이라는 벌레같은...그런 정상적이지 않는 사건이 주는 그런 몹쓸 기억들도 있다. 나쁘고 아픈 기억들이라해서 미화한다거나 덮어버리는 행동은 속이는 행동이 된다.이 책을 통해서 그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의 증언으로 듣는 얘기는 내가 마치 책을 읽고 있었던 몇 시간동안 작가가 살았던 이야기 했던 그 감성을 맛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것이 책을 읽는 의미가 아닐까. 작가의 경험을 빌어서 생각하고 경험하게 해 주는 문학. 이런 것이 문학이 주는 참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