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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무엇인가 1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ㅣ 파리 리뷰 인터뷰 1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 다른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비록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그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그렇게 변하지 않는 감정으로 꿈꾸고 바라보는 대상이 있다면 그건 내겐 소설이지 싶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쓰지는 않는다. 쓸 수 없으니까. 재능도 근성도 없는데 어떻게 글을 쓸 수 있겠는가. 내가 나를 아는데. 읽는 것이 불만족스러운 것도 아니고. 작가란 직업에 호기심이 있는 편이다. 모든 창작자들에 대한 경외심도 있고.
예술이란 게 순전히 재능으로만 풀어지는 것이 아니란 걸 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출중한 재능이 있다 해서 술술 써지는 것도 아니고. 실패해도 인내하고 끝까지 다시 시도해서 마침내 달성하는 태도가 핵심이다. 글쓰기든 삶이든. 쟁쟁한 소설가들의 인터뷰를 찬찬히 읽어내려가면서 난 무엇을 기대했던가. 어떤 힌트를 바랐던 것일까. 글을 쓴다는 행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든다. 정확한 문장과 표현을 위해 쓰고 지우고 고치고 또 고치는 그 지난한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고 견디는 작가들의 경험담을 듣자 자연스레 비교가 되는 것이다. 매일매일 대충 게으르게 흘려보내는 내 삶과 말이다. 무엇을 깊이 추구하지도 사랑하지도 탐구하지도 않는 내가 한심해지는 거다. 왜 이 모양이지? 당장 뜯어고쳐도 모자를 판에 왜 변하지 않고 정체된 삶을 계속하는 걸까.
좋은 인터뷰를 보면 확실히 배우는 것도 깨우치는 것도 있다. 배운 게 있지만 내 삶에 연결이 돼야 진짜 배운 것이 될 텐데. 머리와 가슴으로 감동했으나 실천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보통 신중하고 깊어서는 이런 훌륭한 작품을 쓰지 못하겠지.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쓰기 위해 공부하고 알아야 하는 작가들의 겸손함이 크게 와 닿는다. 경험도 관찰력도 상상력도 빈약해서 남들에게 보여주고 인정받는 글은 쓰지 못하겠지만 나 혼자 쓰는 글쓰기는 할 수 있을 텐데. 근데 그것도 쉬운 건 아닌 것 같다. 타인의 시선이 없어도 혼자 묵묵히 한 글자씩 써내려가는 게 무진장 어려운 거더라. 내가 나를 의식하니까. 존재할 법한 그럴듯한 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의미와 표현으로 마음과 세상을 보고 느끼게 해주는 작가들이 있어 다행이다. 이런 재미를 알아서, 느낄 줄 알아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