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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이펙트 - 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
필립 짐바르도 지음, 이충호.임지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생각해보면 윤일병 사건을 뉴스로 접한 충격의 여파가 이 책을 끝까지 붙잡게 만들었다. 경악했고 불편했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특히 사회면을 장식하는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사건을 볼 때마다 매번 뜨악한 기분이 된다. 인간이란 존재가 대체 무엇이며,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지 자못 궁금해졌다. 사회심리학은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학문이었다. 관련 지식과 정보가 없기도 했지만 이미 수십 년 전에 교도소 모의실험을 통해 시스템과 상황이라는 사회적 힘의 위력을 밝혀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난 이제서야 어렴풋이 인식하기 시작했건만.
개인의 기질 탓으로 빚어진 문제가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개인은 사회적 동물로서 사회적 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쁜 시스템이 낳은 나쁜 상황에 놓인 개인과 집단은 엄청나게 나쁘고 이상한 미친 짓을 할 수 있게 된다.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환경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내면에 단단한, 확실한 것을 가져야 그나마 덜 흔들리며 살 텐데. 인간성에 새로운 이해가 더해지면서 편향된 시각이 조금은 균형이 잡히는 듯하다. 양면적 진실에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나 심층적인 분석의 글은 난해하지 않고 분명하다. 범죄의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면 인지하고 최대한 조심하며 사는 수밖에 없겠다.
살다보면, 아니 살면 살수록, 점점 더 악에 대해 왜 그런 것인지. 어떻게 그런 것인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것 같다. 스탠퍼드 교도소 모의실험 전 과정과 실제 아부그라이브 교도소가 겹쳐지고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발견되는 의미들이 크다. 단순히 싫다고 거부할 수도 회피할 수도 없다. 생각보다 훨씬 더 인간은 수동적이고 취약하다. 이 점을 잊지 말자. 뒤늦게나마 새로 알게된 지식과 통찰로 인해 사뭇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사고도 해가며 독서할 수 있었다. 미친 짓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깨우치는 것이 모두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 같다. 어리석은 미친 짓거리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더욱 말이다. 자주 교만해지는 마음이지만, 금세 망각하는 정신이지만, 책에서 배운 바를 온전히 이해해서 내 삶에 약간이라도 적용하고 싶다. 각성하고 경계하자. 이면을 마주하니 생각이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