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비행 - 생계독서가 금정연 매문기
금정연 지음 / 마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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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책을 좋아하진 않았다. 반드시, 어쩔 수 없이, 꼭 읽어야만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책을 읽지 않았다. 솔직히 싫었다. 피했다. 읽는 재미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책이란 사물은 나와는 분명 상관없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변화가 생겼다. 그럴 만한 일이 일어났다. 그게 계기라면 계기. 결론적으로 나쁜 일이었는데 그로 인해 어쨌든 난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됐다. 크게 잃고 그 대신 작지만 새로운 재미를 얻었다. 그 재미가 상당하다는 걸 알아버렸다. 점점 좋아지는 게 하나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큰 재미는 어쩌다 한 번씩만 있어도 족한 것. 작은 재미는 주로 책을 통해 얻는다.

안목도 없고 깊이도 없다. 아직은. 책을 읽는다 해서 삶에 엄청난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생기지도 않았다. 초창기 잠시 기대를 해본 적도 있었는데 헛된 바람이었나 보다. 바라는 것 없이 그냥 읽는다. 그냥 읽는 행위 자체가 좋은지 모르겠다. 소위 독서 내공 있으신 분들의 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 서평을 쓰며 밥벌이 하는 이의 고충을 느끼면서도 한편 글을 웬만큼 잘 쓰니까 그런 직업도 가능한 거지,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을 부러워하나 생각해본 적이 있다. 외모적으로 잘나고, 똑똑하고, 성격 좋은 사람도 물론 부러워하지만 곰곰 생각해본 결과 그중에 제일은 ‘표현력’이었다는. 말이든 글이든 언어감각이 좋은 분들이 마냥 좋아보이는 거다. 내 눈에는. 갖고 싶은데 없으니까 그런 거겠지. 나도 안다.

서평집이지만 시종일관 재미진 에세이를 보는 기분이었다. 가볍게 진지하다. 책에 관한 책이다. 나보다 책을 훨씬 많이 읽었고 아는 사람의 경험담은 언제나 꽤 재미있다. 배우는 것도 닮고 싶은 것도 자연히 생긴다. 덕분에 읽으면 좋을, 구미를 당기는 몰랐던 책을 알게 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아무래도 독서 자체에 대해 떠올려보게 되더라. 알고 싶고, 느끼고 싶고, 배우고 싶어서 책과 같이 하는 거다. 내겐 책이 필요하다. 내가 떠나지 않는 한 책이 날 먼저 배신하고 버릴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평등한 관계랄 순 없지만 나는 이 관계가 마음에 들고 오랫동안 원만하게 유지해나가고 싶다. 더 열심히 더 재밌게 읽어나가자고 스스로 다짐하게 만드는 이유는 뭘까. 알 수 없다. 책을 건지든 다짐을 건지든 자극을 건지든, 뭘 건지기는 건졌다. 두루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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