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실 해밋의 전집이라 해봤자 꼴랑 다섯 권밖에 안 되는 탓에 부담없이 순서대로 한 권씩 읽어나가는 중이다. 여지없이 사건은 벌어진다. 일련의 일어난 몇 개의 사건의 전말이 모두 어떤 공통점과 연관성을 가진 것인지는 끝내 밝혀지고 처리된다. 추리소설이나 탐정소설에 매혹되는 이유는 인간과 세상의 어둡고 잔혹한 면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난 그 점에 가장 마음에 든다. 명쾌히 사건이 종결된다는 점도 좋고. 현실 세계에선 시끄럽기만 하고 해결되지 않는 사건이 얼마나 많은가.이야기를 접하면서 드는 생각은 인간의 정신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 욕망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 욕망에서 비롯된 수많은 비인간적이고, 비이성적인 잘못된 행동들을 가능하게 만든 그 욕망이 새삼 서늘하게 느껴진다. 누구나 욕망이 있지만 그 욕망이 악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겠다. 확신하고 장담할 수가 없다. 어떤 일에 대해서든. 아차 하는 순간 경계를 넘어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게 인간이니까. 강해서 저지르는 범죄도 있겠지만 연약해서 저지르는 범죄도 있을 테니까. 한 개인의 뒤틀린 탐욕이 오염된 생각들과 많은 살인을 가능하게 했다. 미친 생각을 실행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사건에 누구보다 가까이 있고, 사건 해결을 위해 행동도 적극적이지만 동시에 하드보일드적 태도를 지닌 그런 모습이 표현될 때 한층 매력적이다. 그는 이런 일을 잘 알고 있고 익숙하다. 탐정이란 전문가가 매우 특별나 보이는 것이 사실이나 그도 결국 생활인이긴 마찬가지다. 상황이 어렵게 흘러가더라도 그 안에서 다른 뭔가를 읽어내고 파악하는 능력을 보는 재미와 위트 있는 대사를 만날 수 있다. 안목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대실 해밋 식의 대사 치는 스타일이 몹시 마음에 드는데. 왜일까. 말하는 방식이 맘에 든다. 1권보다는 좀 덜 좋았던 게 사실이지만. 뭐, 매력이 다른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