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만남을 꿈꾸는 우리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ㅣ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어딘가로 훌쩍 떠나본 경험이 전무하다. 여행이란 걸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여행기를 본다고 해야 할까. 가지 못하는 이유야 명백하다. 몸의 감옥에 갇혀 있는 탓에 위험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건강해야 가까운 곳이라도 갈 수 있을 텐데, 그게 몹시 어렵다.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너무 좁게만 보고 알고 살다 죽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가장 부럽다. 어떤 식으로든 할 이야기가 생기는 거니까. 할 말이 없다는 건 슬픈 일이다. 나는 슬프다.

빌 브라이슨의 책은 이번이 세번 째인데 정말 유쾌하다. 이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일상이 덩달아 유쾌해질 것 같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효과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전달이 되기에 독자들은 쉽게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책 속의 그처럼, 직접 떠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간접 경험으로나마 여행의 감흥을 느껴봐야 하지 않을까. 마음으로 잠시 떠나보는 거다. 이국적인 지명과 문자, 아름다운 풍광과 배경, 그 속에서 살아가는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지의 추억담이 왜 그토록 재미있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유머가 빛을 톡톡히 발휘한다. 한 세 번 정도 강하게 나사 풀린 사람마냥 낄낄 웃었다. 여행은 만남이다.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익숙하게 지내던 곳과 일에서 벗어나 생소한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불편하고 나쁜 기억이 될 수도 있지만 지나고 보면 더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수도 있기에 재미나는 거 아닐까.

다른 곳은 몰라도 유럽은 진짜 한번 가볼 만한 곳인 거 같다. 웅장한 아름다움 앞에서 인간은 겸손해질 것이다. 내 격한 반응을 이끌어낼 만한 것들이 무궁무진한 그곳에 가고프다. 내 두 눈에 그것들을 담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벌써부터 좋아지는데 상상이 현실이 되면 예상을 얼마나 뛰어넘으려나. 그건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건 알 수 있다. 빌 브라이슨이 들려준 여행담를 통해 여행 그 자체가 얼마나 역동적이며 즐거운 경험인지를 보여주기에 자꾸만 꿈꾸게 만든다는 거다. 힘들어도 딱 한 번만이라도 가보고 싶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도 가슴 속에 품고 사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닐까. 가볍고 매끄럽게, 곳곳에 유머는 덤으로 해서 풀어내는 글이라 끝까지 재미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재미뿐만은 아닌데 재미가 상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