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패배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쪽에 시선을 오래둬 본 적이 별로 없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승리자에 열광하는 편도 결코 아닌데 말이다. 이기는 건 드물고 어려운 일이다. 대다수의 삶은 패배의 일상에 가깝다. 모두가 비슷비슷하다. 이긴다는 게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이란 자연스럽지 못하다. 극히 소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다. 지금은 예외적인 일을 따지자는 게 아니니까. 패배에 관한 인상적인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통해서 흥미롭게 패배를 조망한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게. 기존의 패배란 단어가 뜻하는 바를 벗어나 보다 넓은 의미에서 패배를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다양한 종류의 실패와 패배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걸 보면서 궁극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근본적인 건 성격이 아닐까 싶었다. 사람이 독하다 싶은 구석이 있어야 성공을 한다. 스스로 판단하건대 난 성공하기에 많이 곤란한 기질을 가졌다. 꼭, 승리하고 말겠다는 파이팅이 없기도 하고 솔직히 연연해 하지도 않는다. 이게 잘못된 일일까. 타고난 에너지가 부족한 거 같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경우에 따라선 악해지기도 하는 승리라면 차라리 져버리는 게 낫다. 그렇게까지 해서 뭘 얻을 필요가 있을까. 가진 게 별로 없는 삶에 적응을 잘해와서 그런지 그런 욕심까지는 생기지 않는다. 이건 다행이지 싶다.우리는 패배의 정서를 알고 느낀다. 한심하고 보잘것없는 패배에서부터 멋지고 훌륭한 패배까지 정도와 강도는 제각각이지만 책 속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패자에 주목한다는 점부터가 내겐 신선했다. 생각조차도 자유롭지 못해서 고정관념에 묶여 있다. 이 책의 도움이 없었다면 약간의 생각 변화, 가치 판단은 어려웠을 것이다. 난해하지 않으면서 정교하고 흥미롭게 글을 쓰는 작가 덕분에 읽으면서 이 작가가 쓰는 책이라면 어떤 소재에 관한 것이라도 읽고 싶고,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편협해지지 않으려는 노력 중 하나가 내겐 독서다.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은 것에 잠시라도 시선을 두고 타인의 생각을 통해서라도 한 번 느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새삼 다시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