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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에 관한 진실 - 우리가 거짓을 사랑하는 이유
볼프 슈나이더 지음, 이희승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다만 알고 싶었을 뿐이다. 진실은 무엇이고 또 거짓이란 정말 무엇인지 말이다. 명확한 구분이 모호할 때가 있다. 서로 다른 두 가지가 맞닿아 있을 때, 우린 그 지점에서 흥미와 혼란을 동시에 느낀다. 전반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여전히 아리송한 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다. 눈에 빤히 보이는 수라면 쉽게 파악이 되겠지만 작정하고 속이려 드는 사람을 쉽게 이기기란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이 아닐 것이다.
거짓의 역사부터 거짓의 다양한 종류를 훑어보며 인간이 이 모든 영향력 밑에서 결코 자유로울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은 필수이자 선택, 필요였다. 마냥 거부할 수도 반길 수도 존재다. 매일 곳곳에서 만나는 거짓을 너무 좁게만 바라볼 것이 아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뭔지나 알고 당하는 편이 좀 더 낫지 않나. 단순히 나쁘게만 보지 않고 더 넓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목적인 이 책을 통해 그럴 수 있게 됐다. 착오와 거짓은 서로 돕고 있다는 그 구절이 인상깊었다. 명쾌하다. 복잡하고 불편한 게 사실이지만 그것이 거짓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진실 또한 마찬가지라는 점이 흥미롭다. 다시 말해서 상처를 주고 고통을 주는 게 거짓만은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겠다. 물론 범죄라는 영역까지 엮이게 되는 거짓에 관해선 필히 멀리해야겠지만. 두둔이 가능한 거짓이 있고 불가능한 거짓이 있다. 거짓을 이해하는 길이 어쩌면 진실을 이해하는 길이 아닐까. 거둬내고 다시금 생각해본다. 난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를 거짓으로 알고 생각하는지를. 잘못 알고 있는 것에서부터 확신하고 있는 것까지. 인간이 그리 이성적이고 신중한 인물은 못 된다는 사실을 마주하자 씁쓸하기도 하고 이상한 해방감 같은 것이 느껴지는 이유는 대체 뭘까.
딱 기분 좋을 정도만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오도할 때만 경계하자. 합리화하자는 말이 아니다. 거짓의 다양한 얼굴을 한가지로 뭉뚱그릴 필요는 없다. 뜻이 다르고 깊이가 다르다. 차이를 알고 좀 더 이해하는 편에 닿기를 바랄 뿐이다. 전보다 거짓을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 점이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