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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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문학을 사랑하고 연구하며 긴 시간을 보내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글과 사람이 반드시 같으란 법은 없건만 글을 마주하며 들었던 생각은 이 글은 그 사람을 순전하게 나타내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생각을 갖기가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우리말과 문장의 아름다움, 그 문장이 표현하는 깊은 식견들을 값없이 받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마냥 어렵지도 쉽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묵직함이 느껴지는 이런 글이 좋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지만 아무나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느끼지 못했던, 배우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되니까 새로워지는 기분이다. 한마디로 배울 점이 많다는 소리다. 책을 읽으면서도 이 좋은 느낌을 제공하는 자극이 책을 덮고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금세 사라진다는 아쉬움이 벌써부터 떠올랐다. 필사를 해야 몸에 더 오래 기억되려나. 게을러서 필사할 일은 없을 것이다. 글쓴이의 인격과 관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글이다. 뽐내지 않고 겸손하게 문장으로 뜻을 전달한다. 아는 것도 필요하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고스란히 전하려고 문장들을 닦고 또 닦았을 그 노력, 그런 자세가 필요하겠다. 생각 자체가 다르고 깊어서 감정이 사정없이 움직였다. 지혜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맥락을 짚어내고 꿰뚫는 시선은 밤의 시간들을 통해 키웠을 것이다. 나를 가르쳐주고 키워준 것은 무엇일까. 아니, 무엇이 될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문장이란 없다. 알고 있지만,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그런 걸 바라는 마음이 있다. 밀려오고 흘러가는 수많은 것들에서 건져내고 간직하고 예측해보는 것. 그런 걸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아마도 이 책을 꺼내보고 싶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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