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 책에 대한 소개 멘트를 듣고 내심 조만간 읽겠다고 다짐을 했었더랬다. 그러고 나서 까맣게 잊어버렸다가 어느 날 갑자가 불쑥 책제목이 떠올랐다. 떠오른 순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읽을 수 밖에. 혼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나다. 그렇지만 고독하진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이 말하는 주제나 내용으로 진정 비춰봤을 때의 의미라면 더더욱 말이다. 성격이 소심하고 수동적이다. 솔직히 말해서 인간관계랄 것도 없이 폐쇄적으로 산다. 이렇게 산 지도 십수 년째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타협이기도 하고 체념이기도 했다. 장기적인 육체적인 질병은 내게 그런 변화를 남겼다. 그런 성격의 뒤틀림이 고착화되었달까. 그렇다고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통해서 새롭게 배운 점을 적용하기에는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고요하다. 나이를 먹고 생각도 변하면서 많은 부분 자연스레 내면 쪽으로 기운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균형잡힌 시각을 시종일관 관철시키는 글이다. 깊은 생각과 태도를 가능하게 하는 시간은 바로 사람이 고독해질 때다. 고독해질 수 있는 것. 어영부영 보내는 거 말고 정말로 깨어 있는 고독다운 고독으로 쓰는 시간이 평생 얼마나 될까. 관계에만 지나치게 무게를 두는 것을 지양하는 것, 꼭 그만큼 중요한 다른 것이 똑같이 존재하고 소중하고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정말 큰 위로가 되는 말이다. 자신의 결핍에 매몰되는 건 슬픈 거다. 없는 것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까지야 원천적으로 막을 수야 없겠지만 그게 인생 전부를 좌우하는 유일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 하나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조급함은 줄어들고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스스로 돕는 힘은 고독을 통해 생성된다. 재능이 없어서 결과물은 못 만들겠지만 천천히 고독해져서 진중한 사고와 감정으로 생각하고 느끼며 살고 싶은 마음이다. 간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