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무역의 사실과 진실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머리털 나고 이런 유식한 경제학 서적을 접한 건 난생 처음이다. 아무리 책의 명성이 자자하다고 해도 읽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거다. 그러던 내가 드디어 보고픈 마음이 생기자 냉큼 읽었다. 책을 보기 전 미리 예상했던 것보다 더 수월하게 읽혀서 좀 의외였다. 경제학이라면 응당 어려울 거라는 나의 편견이 자리한 탓이겠지. 경제학 지식의 유무를 떠나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난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에 대해서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히 개방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 양 생각해왔다. 그러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왜 나는 그렇게 맹신했었을까. 경제활동이란 것이 워낙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것이라 그 영향력이란 것이 미치지 않는 곳이란 거의 없다. 그래서 경제는 기본이자 핵심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겠지. 부자 나라들이 바라는 세계화란 시장 개방이, 과연 어떤 현상을 의미하는지. 문제점과 한계는 무엇인지를 역사적 증거를 들이대며 조목조목 설명하는 저자의 견해는 타당한 설득력을 지녔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약소국들의 발전을 저지하고 착취하는 격이다. 돈의 힘은 세다. 이 사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자본의 힘을 믿고 자신의 뜻대로 밀어붙여 쥐락펴락하고자 하면, 가차 없이 움직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우위에 있다 해서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정책을 강요할 수는 없어야 한다. 경제발전을 위해서 필연적인 과정에 속한다고 생각해왔던 시장 개방의 드러나지 않았던 위험성을 고발한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관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생각과 결과를 얻게 된다. 정책을 세우시는 분들은 면밀하게 따져보고 전략을 세워 진정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겠다.  

현실에 기반한 실용적인 경제 얘기를 한번 훑어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떻게 판이 돌아가고 있는지 이제 좀 알 것 같다. 경제에 대해선 통 관심이 없어서 상식조차 부족한 상태지만 저자의 명쾌한 해석과 분석 덕분에 명백한 자유 무역의 사실과 진실을 알게 되었다. 고작 한 권의 책으로 복잡한 경제를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틀린 사실들을 바로잡을 수 있었고, 전혀 알지 못했던 면면들에 대해서 시원스레 알게 된 까닭에 그저 만족스럽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좀더 깊이 배우고자 하는 수용적인 자세이다. 그 후에야 저자의 관점이 아닌 나의 진정한 관점이란 것도 생기지 않을까. 그날이 과연 언제가 될지는 아리송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