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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이런 종류의 에세이라면,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음이 활짝 열어진 듯한 감상을 받을 수 있는 건 이 글이 맑디 맑은 진심으로 쓰여진 글이기 때문일 것이다. 할아버지가 하나뿐인 손자 샘에게 보내는 편지. 세상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며 살아갈 샘에게 깊은 사랑으로 써내려간 할아버지의 편지는 샘뿐만이 아니라 글을 읽는 모든이에게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쓸모 있는 지혜들을 선사해주는 것이다.
할아버지 자신이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로 불편한 몸이 되었듯이, 샘에게 일어난 자폐증이란 현상도 갑자기 일어난 교통사고와 같다. 물론 일어나지 않았다면, 피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인생은 내 마음처럼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고통의 세월을 살아내면서 몸소 체득한 삶의 지혜들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결핍이라는 것, 연약함이란 것에 너무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자신도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마음이 괴롭고 심란할 때가 자주 있곤 한다. 완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과거를 갈망한다고 해서 되돌아오는 것은 하나도 없고 도리어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다. 진정으로 내가 희망해야 하는 바는,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에 나 자신이 만족할 수 있고 숱한 문제들을 관통하며 살아가야겠지만 내가 보다 넓어지고 깊어져서 그런 문제들을 앞에 두고 주눅 들거나 겁 먹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가지고 내가 가진 연약함도 끌어안고 사랑할 수 있는 단계에 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더불어 행복해지는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랑받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은 세상 모두가 가지고 있는 법이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건 이해를 동반하는 것이니까 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바르게 사랑할 수 있으려면 타인에 대한 나의 이해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내 헛된 욕망을 다스려야 하겠다. 내면의 상처 또한 필요한 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아무는 것이라니까 굳이 상처를 건드릴 필요는 없다.
할아버지가 샘과 이 편지를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내면의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며 서로 사랑하며 사는 삶을 충실히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책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한 감동으로 채워지는 책이다. 책에서 받은 좋은 영향을 쉬이 잊지 않고 생활 속에서 잘 수용하며 살아가야겠다. 현실이 암담해서 힘에 부칠 때, 상황을 극복하기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내 마음이 너무 크게 자리해서 내 뜻대로 마음을 비워내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지만 감정적으로만 문제를 생각하는 습관은 피하고 책에서 배운 귀한 가르침을 상기해서 삶 속에서 실질적으로 옮기며 사는 내가 되고 싶다. 참으로 인정하고 포용하는 태도가 간절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