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쉬 페이션트 - [초특가판]
안소니 밍겔라 감독, 줄리엣 비노쉬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줄곧 보고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정작 간단한 내용조차 알고 있지 못했었지만 라디오에서 누군가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말하거나 영화음악들을 틀어주었던 것들이 어느새 내 몸과 기억 속 어딘가에 계속 자리해 있었기 때문일까. 다시 한번 영화를 떠올려본다. 

영화의 오프닝부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영화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특히 경비행기가 비행하는 모습에서나 영화 곳곳에서 보이는 사막의 모습은 사람으로 하여금 활홀경에 빠지게 만들만큼 압도적인 모습이다. 불륜이란 격정이었기에 비극적인 사랑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일까. 내용상으로만 치면 뭐 색다르게 구미를 당기는 면이 없을 듯 해도 막상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은 바뀌기가 쉽다. 더 애절하기에 더 가슴 아프게 만든다.  

알마시와 캐서린은 감상적이면서도 동시에 지적인 인물들답게 서로를 향해 주고받는 대화는 현학적이고 깊이 있다. 주인공들 외에 주변 인물들 간에 어울림도 탄탄하고 매끄러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랑도 했고 쾌락도 나눴던 두 사람은 함께 할 수 없다. 회복 불가능한 극심한 부상을 입은 알마시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그저 병상에 누운 채 지나간 과거의 회상으로만 그녀와 자신을 기억하며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2차 대전 말기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사랑은 속절없이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전쟁이란 것이 바로 그런 것처럼. 그렇다면 사랑이란 감정 또한 속절없는 것이리라.  

'선'이라는 경계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맺는 관계란 것도 나라들 간에 벌어지는 전쟁이란 다툼도 마찬가지이다. 선을 지키지 않으면 위험해지고 까딱 잘못하면 무너져버려 파멸하고 만다. 그러나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해도 이내 선을 넘고야 마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자연이란 광대한 이름 앞에선 모든 것이 작아지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자연만큼이나 찬란하고 선명하게 느꼈던 사랑이란 사실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한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부분에 마음이 움직이고 말았다. 알마시로 분했던 랄프 파인즈란 배우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다만 이 영화를 연유로 해서 내겐 알고 싶은 배우가 되었다. 호연을 펼친 그가 어떤 배우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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