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공지영의 소설을 읽었다. 작가 공지영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여러 난관과 희망들이 이런 소설을 집필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혼이란 한마디로 깊은 상처같은 것이다. 이것은 자명하다. 사람에 따라 이 상처를 끝끝내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한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한 가정이 모두 같은 아픔과 슬픔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니 말이다. 부모라서 '더' 많이 아프고, 자식이라서 '덜' 아픈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지 않는가.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이 고통받는다. 실제 작가 개인이 살아왔던 혹독한 지난 삶과 현재의 삶의 모습들이 일부 언뜻언뜻 비춰지고 있는 이 소설을 보며, 많은 부분 공감했고 동시에 내 자신의 상처도 어루만져 주는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가정사가 원만했다면 이만큼 마음으로 읽을 순 없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예쁜 자식들을 낳아 오순도순 알콩달콩 원만하게 살아간다면 그만한 행복은 없을 것이다. 가끔은 흐리고 좋지 않은 날도 있을 거다. 자신의 앞날에는 좋은 일만 있을 거라며 기대하는, 대책없는 순진한 사람들이 아직도 있으려나. 이혼이란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쉽게 내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쉽게 '보이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여러 번 시도했으나 전혀 관계 회복이 불가능하며 남은 건 서로에 대한 혐오와 당사자들의 불행뿐만 아니라 그 불행이 자식들까지 영향을 끼쳐 내적으로 모두 심한 상흔을 남긴다면 '이혼'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충분히 받아들여져야 한다.

부정적인 이혼이 있다면 긍정적인 이혼도 있는 법이다. 아무리 예전보다 이혼하는 사람들이 늘어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이나 냉대가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이혼을 원하지만 이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내지 못하는 이야기 중에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도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가장 일상적인 가족이 제일 말하기 어렵고 꺼려지는 화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세 번의 이혼을 한 엄마. 성이 다른 두 동생을 가진 위녕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보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다름만 있을 뿐 실상 다른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다시 배웠다. 누구나 희망하듯 자신의 인생이 평탄하고 순탄하게만 흘러간다며야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그런 일들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인생중엔 운명이란 이름으로 받아들여야 편한 것들도 있기 때문에. 엄마와 살게 되면서 비로소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배우는 위녕. 함께 하면서 또 함께 하지 않아도 서로는 하나도 묶일 수밖에 없는 가족이란 운명이 아니던가. 서로의 상처에 내가 아픈 듯 괴로워할 수 있는 사이, 쉽게 부딪치는 만큼 쉽게 풀리는 그런 사이. 진짜 불행은 가정이 불화하고 좋게 않게 깨져서 관계가 끝나는 것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진짜 불행이라 해도 영구적이진 못하다. 변화가 가능하니까 말이다. 스스로 어떤 생각과 방식으로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중요한 가르침을 위녕은 엄마를 통해 자신이 속한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귀중한 가르침을 기반으로 세상속으로 첫발을 막 떼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이란 든든한 울타리가 있어 누구보다 행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까먹고 지내기가 쉽다. 남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고 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이 싫기에 내 스스로도 더더욱 조심하며 살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혼이라는 것도 피할 수 없었던 하나의 선택이자 과정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야 할 것이다.  

세 번의 아픔을 겪었을지언정 쓰러지지 않았고 자신의 삶과 엄마로써의 삶에 애정을 갖고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모습이 기실 작가 공지영의 실제 삶과 다르지 않기에 감명 깊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부모 잘못 물고 늘어지는 자식들도 많고, 필요 이상의 죄책감으로 속앓이 하는 부모들도 많다. 완벽하지 않아도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서로가 있기에 '즐거운 나의 집' 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을 깨달을 수 있도록 생각하도록 만든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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