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뭔가 읽고 싶은 욕구는 있는데 마땅한 읽을거리가 변변치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무심히 책장을 바라보곤 한다. 그러다 보면 눈에 띄는 책이 꼭 있다. 그렇게 [호밀밭의 파수꾼]이 보였다. 그 책을 어디서 샀고 언제쯤 읽었다는 기억도 나는데, 정작 작품에서 받은 감상이 지나간 시간 속에 많이 퇴색되어 흐릿해진 그런 책들. 보는 순간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책을 정말 멀리하고 살면 모를 수도 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귀동냥으로 얼추 내용은 알고 있지만 직접 읽어보지는 못한 사람도 분명히 많이 있을 테고. 굳이 연령대에 국한해서 읽는 문학이 어디 있겠는가 싶지만 소설 속 주인공 '홀든 콜필드'와 비슷한 연령대라면 홀든이 하는 말과 생각과 행동들에 더더욱 동화되고 감정 몰입하기가 수월할 것이라 생각한다. 청소년기의 끝자락이었던가.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였던가. 기억력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책을 멀리하고도 잘 살던 시절이었던지라 뒤늦게 이 책을 알았고 다들 좋다고 말하는 유명한 작품인 듯 싶어 수긍하며 구입했다.

맨 처음엔 생각보다는 별로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곧 별로라고 단정지었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었나 싶었다. 내가 소설을 보면서 느끼고 깨닫는 정도가 그만큼 얕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나 할까. 역시 진정한 독서는 두 번째에 있었다. 몇 년만에 읽었는지 모를 만큼 시간이 꽤 지나고 다시 본 작품은 내겐 감명 그 자체였다. 읽는 내내 정말 좋았다.

세상이나 기성세대들에 대해서, 아니 자신을 둘러싼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 비딱하고 냉소적인 시선을 던지게 되는 시기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특히 감성이 민감한 청소년기엔 그런 성향이 더 짙어 보인다. 허위, 기만, 가식적인 행동들에 몸서리치는 홀든의 모습 속에 내가 있었다. 과거의 나만이 아닌 현재의 나의 모습도 함께 포개져 있음을 목격했다. 세상을 혐오하는 홀든. 선한 모습보다는 단연 악한 모습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홀든도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평화롭고 순수한 모습의 자신을 바라고 있다는 상징이 이 작품을 대변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

독설에 가까운 홀든의 말들은 통쾌하다. 생동감 넘치는 홀든이란 캐릭터가 작품의 성격을 규정짓는 요긴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뉴욕 거리를 배회하며 정신적으로나 내면적으로 고통스러워하며 부유했을지라고 끝끝내 절망적인 상태가 되진 않았다. 그런 시기가 있었다는 투로 살짝 미소 지으며 편하게 회상하는 시간이 있을 테니까. 살다 보면 '회복' 이라는 것도 경험하게 되니까. 거듭 읽어도 마음을 스르륵 움직이는 대목들에 시선이 멈춘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성장하며 살아간다. 누군가에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소설이 이미 되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매력적이며 동시에 매혹적인 소설이라 여전히 많은 이의 기억 속에 살아 남았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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