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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 소중한 것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하연수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동안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현재의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건 어쩌면 그의 대표작이자 필독서로 여겨지는 [노르웨이의 숲]을 아직 읽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아마도 그 소설을 읽게 된다면 그동안 하루키의 글에 닫혔던 내 마음이 열리고 그의 글맛에 반하기 되리란 예감은 어렴풋이 가지고 지냈던 것 같다.
하루키의 수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런 성격의 수필도 처음이었고. 취재기자 신분으로 갔었던 시드니 올림픽이란 소재와 무엇보다 자유로운 가볍게 쓴 글쓰기의 매력이 읽는이를 유쾌하게 만든다. 지금은 스포츠에 대한 시선이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과거엔 스포츠 중계방송 시그널 음악만 들어도 '욕'이 나오는 시절이 내겐 있었다. 중계방송보다는 정규방송이 좋았으니까.
수필이라는 게 소설보다는 더 읽기도 수월하고, 작가 개인에 대한 모습이나 생각 및 분위기가 더 많이 쉽게 노출되는 장르같아 수필집을 좋아한다. 대단할 거 없는 타인의 경험담이라도 얘기를 듣는 게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것이 생기니까 싫어할 이유가 없다. 땅덩어리도 크고 자연 풍광도 뛰어나 축복받은 땅으로만 알았던 호주. 나의 공상의 대상이기도 한 호주. 가본 적은 없지만, 아니 내 평생 가볼 수나 있을까 싶지만 아무튼 호주란 나라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 솔직히 시드니 올림픽 때 어떤 경기를 봤었는지 도통 생각나지 않았다. 시드니 올림픽이 아주 까마득한 과거의 일 같다. 명칭은 기억하지만 정작 기억나는 건 하나 없다. 하지만 하루키의 글을 보면서 일부분이지만 호주란 나라를 간적접으로나마 알 수 있었고, 스포츠 혹은 올림픽이란 게 단순히 운동선수들을 위한 경기만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거대한 올림픽이란 축제는, 열정의 상징으로도 표현될 수도 있겠지만, 삶에 대한 명확한 깊이를 헤아릴 수 있는 도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에 읽었던 몇 권의 하루키 소설을 보면서 별 감흥을 못 느꼈기에 그냥 나와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과장 없이 담백하게 쓴 자유로운 수필이 휠씬 감명 깊었다. 맨 처음엔 정말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예 보지 말까 했었는데 볼만 했다. 별로 쓸 내용이 마땅치 않을 것 같은데 책 한권이 뚝딱! 역시 작가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