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등 푸른 활어영어
이미도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영어에 관심은 있어도 꾸준히 노력하지는 못하는 나. 그래도 좋아하는 영화를 볼 때면 덩달아 영어에 대한 관심도도 함께 상승함을 느낀다. 영어라는 바다 속에서 건져올린 펄떡거리는 활어영어라. 책을 보기 전부터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영어학습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곤 하지만 진정 영어학습에 얼마나 유익할지는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순전히 재미라는 측면에서 고른 책이였던지라 큰 실망감은 모르겠다. 나름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하기 쉽다는 것은 명백하지 싶다. 아무래도 '영화'라는 테마로 배울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영어'들을 소개하고 있는지라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것들을 이번 기회로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럽다. 하지만 메모하지 않고 그냥 눈으로만 한번 읽고만 것이라 그리 긴 생명력으로 내 기억 속에서 살아남지는 못할 듯 싶다. 기본적으로 알고 있으면 그래도 좋을 만한 것들이라 이름 붙일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다루고 있다. 영화라는 친숙한 대상으로 영어를 조금씩이나마 익힌다는 것은, 내가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시작하기 어려운 일이 전혀 아니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딱딱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글은 이미도 님의 장점인 듯 싶다.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를 읽고 그의 전작들도 한번 보고픈 마음에 고른 것인데 그 책과 내용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꽤 많아서 약간 빈정 상했다 할까. 반복학습이란 측면에서는 유익하겠다만 재미나 흥미란 측면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보는 것은 김빠지는 게 사실이니까. 책에 대한 나의 감상은 한마디로 잡지를 보는 느낌과 유사했다. 엄청난 것을 알기 위해 잡지를 보는 것이 아니듯이, 그저 가벼운 읽을거리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과 동시에 건전한 영화적 영어적 재미를 맛보았기에 괜찮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영화를 부담감 없이 즐기듯이 영어도 똑같은 마음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면 필경 지금 수준보다는 더 좋아질 수 있으리라. 영어공부를 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영어적인 것들에 대해서 아예 관심 자체를 배제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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