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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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읽었어야 할 책이었다. 왜 이제서야 읽게 됐는지 모르겠다. 아마 하루키의 어떤 책에서 역자후기에서 이 책을 언급했던 부분을 읽은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엉뚱하게 다른 책이랑 헷갈려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나중에 한번 보자는 생각은 가지고 살았다. 이야기를 읽고난 후의 이 감동, 쉬 사라지지 않는 진한 여운이 반갑다. 안렉산드르 솔제니친 씨, 무한감사를 드려요.

강제노동수용소에 수감되어 생활하는 슈호프가 보냈던 하루의 일상을 주인공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작품이다. 누구나의 일상이 마찬가지겠지만, 일상이란 것 자체가 때로는 얼마나 진절머리가 나는지. '밖'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괴롭다 해도 '안'의 갇힌 사람들보다야 더 괴롭지는 않을 것이다. 혼란스럽고 암울한 시대. 그런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씌여진 이야기건만 이야기는 전혀 비관적이거나 절망적이지 않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슈호프도 슈호프지만 다양한 주변인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게 살아 있다.

멀건 양배춧국과 빵 한조각의 한 끼 식사가 절대적인 목표와 의미가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슈호프가 생활하는 수용소라는 곳이다. 혹독한 시베리아 추위 속에 노동하는 기계로 전락한 채 억압받고 고통받는 죄없는 사람들과 권력을 쥐고 횡포부리는 권력자들의 대비를 보고 있노라니 한마디로 웃긴다. 세상이란 곳이 참 실소를 머금게 한다. 미세하고 세심하게 표현된 묘사가 압권이다.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재미와 진정성을 발견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견딜 수 없을 것만 같던 무언가를 견뎌내고 적응하며 살아간다. 절대로 잊혀지지 않으리라 했던 확실한 무엇이 수용소 생활로 인해 서서히 흩어져 사라진다. 자유를 갈망했던 사람이 더 이상 자유와 가족을 생각하지 않은 채 죽 한그릇을 더 원하게 되는 변화가 무섭다. 하지만 살아 남으려면 익숙함은 필연적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저마다의 환경과 상황 속에서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다. 맨 마지막의 여운이 이 책의 백미다. 어쨌든 슈호프는 흡족한 하루를 보냈다. 흡족하다는 어감이 마음에 남는다. 나는 어떤 하루를 흡족하다고 느끼며 살았나 싶다. 작가의 체험이 훌륭한 문학이 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좋은 문학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가 바로 그런 책이란 건 두말 하면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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