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난 제대로 읽어낸 것일까. 리뷰를 쓰려고 가만히 앉아서 이것저것 책과 관련된 감상과 생각을 되짚어보니, 역시 정리가 미흡한 부분을 감출 수 없을 것 같다. 나의 기대와 호감을 사버린 작가지만 고작 산문집 한 권과 단편소설만 경험했을 뿐이었다. 제법 도톰하게 느껴지던 책을 쓰윽 앞뒤로 한번 보고 조금은 경건한 마음으로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즐겁게 상상하며 책장을 펼친다. 9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초반에 언뜻 생각하기를 80년대 후일담 소설이 아닌가 싶었다. '광주'얘기가 나오고 운동권 학생이 등장하기에. 그런데 그건 아니었다. 물론 역사 자체가 중심은 아니더라도 엄연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나 단연코 주인공은 역사가 아니라 '이야기' 그 자체가 아닐는지. 순전히 개인의 이야기들 말이다. 자신과 타인이 보고 겪은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 내면 속에 차곡차곡 쌓인 채 가만히 숨쉬고 있는 이야기들. 끝없이 마냥 이어질 듯 계속되는 이야기는 소리 없이 우연을 틈타 만나기도 하고 주절주절 떠들다 어느새 저 멀리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시대와 개인의 삶은 연결된다는 사실. 명백한 이 사실 속에서 무수한 이야기들이 탄생되고 있다. 탄생은 또다시 재탄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작가에겐 중요한 의미가 된 90년대 초반에 어디선가 있었을 법한 이야기들. 간접적으로나마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몇 번 안되는 경험이지만) 기존의 읽었던 작가의 어떤 책보다 유려한 문체와 이야기의 흐름에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긴 시간이었다. 작가의 고민이 이런 글로 완성된다는 것이 놀라운 것 같다. 독자는 그저 작가의 노고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따금 좀 버거운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숨겨진 깊은 의미까지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얼추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파악한 것 같다. 또 엉뚱하게 읽었어도 문학의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글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는 게 재미있다. 소설 내에서 등장하는 개인의 이야기들은 제각각인 듯하다가도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모습은 달라도 느끼는 내면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 그건 아마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쏟아내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삶의 역사는 기억을 연료로 이야기로 재구성된다.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개인은 어딘가에 연결돼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 새삼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늘 아래 무언가에 연결되지 않은 채, 홀로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는 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에 여운이 남는 것이다. 쉽게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성격의 책은 아니지만 때론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도 매력 있다. 맨 처음에 보는 순간, 책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왠지 '시' 같다 했었는데 역시 시구에서 가져온 제목이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넌 무언가에 이미 연결돼 있는 존재야. 그러니 너무 많이 외로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건 가장 먼저 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