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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이번이 요시다 슈이치와의 첫만남이었는데 내가 받은 감상을 되짚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반한 것 같다. 호감을 가지고 주목할 필요성을 느낀 나의 작가 군(群)에 괜찮은 이름 하나 더 늘었다. 일본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말한다면 연애소설은 빼놓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내가 읽은 남녀가 등장하는 연애소설 중에 괜찮은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 취향과 기대에 맞는 작품을 쉬 만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작품과 작가를 찾은 것 같다.
요시다 슈이치가 쓴 소설이 이런 거였구나. 고작 한 권만 읽고 하는 소리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과장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이 마음에 들었다. 글 속에 담겨진 감수성도 좋았고. 다른 소설보다 특히 연애소설이 까딱하다 잘못하면 뭐랄까. 별로라는 느낌을 받기가 더 용이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심심하게 끝나버리거나 허망하게 끝을 맺어서 '이게 뭐야, 끝이야?' 란 멘트를 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 있었다. 읽어보시는 분만이 발견하실 수 있으리라. 소설 속 장치라고 해야하나. 이 소설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아마도 인상깊게 느끼셨듯, 주인공이 사는 소박한 소도시의 풍경을 현실 속의 모습이 아닌, 머릿속에 간직한 리스본의 이미지와 중첩시켜 놓고 있는 부분 말이다. 일종의 놀이의 성격을 띄고 있는 부분인데 그 장치로 인해서 내가 느끼기엔 소설 속 인물의 내면까지는 아니더라도 성격은 잘 드러내고 있는 부분처럼 보였다.
과장을 배제한 채 메마르지도 흥건하지도 않아서 좋았다. 적당한 선을 잘 지키고 있는 소설인지라 여운도 적당하게 남았다.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이야기를 끝가지 호감으로 끌어갈 수 있는 것은 이야기의 힘과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메구미가 꼽았던 10가지 이유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보면서 충분히 수긍했다. 마지막 장면이라서 그랬을까. 더더욱 열번 째 이유를 읽으면서 공감했다. 나도 어떤 종류의 실수든 필요 이상 겁내지 말고, 순조롭지 않은 것이 눈에 뻔히 보여도 차라리 실수를 하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으로 삶을 사는 것이 더 낫겠다는 걸 새삼 배웠다. 안전한 것, 안전한 것만 추구하는 삶은 죽은 것과 비슷한 모습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