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처음 본 영화는 바로 <내일을 향해 쏴라>. EBS 일요시네마에서 그토록 보고팠던, 명작 반열에 예전에 오른 유명한 영화를 우연한 기회로 보게 되다니. 호사를 누렸다면 누렸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이 영화를 봤다는 만족감이 내겐 크다. 유명해서 그저 알고만 있었고 종종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토막낸 몇몇 자료화면으로만 만났던, 그때마다 보고픈 맘이 강렬했던 그 영화를 드디어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던 거다. 당연히 영화도 재미있었다.

1969년작.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1890년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금고를 털어대는 범죄를 저지르는 그러나 살인을 되도록이면 저지르지 않는다는 확실한 직업의식을 가진 부치와 선댄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사실과 서부극이지만 기존의 전형적인 서부극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형식의 서부극이라는 점이 더더욱 이 영화를 간결하게 표현해주는 소개글이 될 것이다. 그런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오래된 영화지만 낡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지나간 세월이 우스울 정도로 영화는 늙어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이야기 구조의 힘인지, 캐릭터들의 힘인지 구분이 잘 되지는 않지만 두 인물을 연기해낸 두 배우들의 빛나는 매력도 한 몫 거들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추적자들에게 쫓겨 광대한 사막 여기저기로 피해 다녔던 두 주인공들 뒤로 펼쳐지던 자연 풍경이나 영화 속에서 티격태격 하던 대사가 주던 재미도 나름 있었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총 들고 싸우던 서부극과 극명히 다른 서부극. 만들어진 시대와 상관없이 영화는 멋진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내겐 낯설었던 그러나 보기 좋은 젊은 시절의 로버트 레드포드의 그때를 볼 수 있어서도 이 영화는 특별하다. 명장면 중의 하나인 그 장면. 자전거 앞에다 엣타를 태우고 함께 자전거를 타던 그 장면. 혹시 이 영화가 자신의 시대와 시간적 차이로 인해 누군가에겐 모르는 영화 내지는 오래된 영화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본 내겐 더이상 그런 의미는 조금도 없는 스타일 살아있는 멋진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 속 삽입된 노래는 단언컨대 모르기가 더 힘들 정도로 유명한 그 노래가 흐른다.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로 시작하는 그 노래. 주제곡이 영화의 유명세를 따라간 듯하다. 인상깊은 장면도 많은 영화다. 많은 장면이 있겠지만 빼놓으면 섭섭한 라스트 씬의 그 울림. 영화가 전체적으로 유쾌하면서도 왠지 인생의 씁쓸함을 내포하고 있는 듯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레 드는 생각은 '부치와 선댄스'를 기점으로 이 영화를 닮은, 흡사한 영화가 현재까지 많이 양산되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역시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영화가 있기에 후대의 잘 만들어진 영화도 있는 법이겠지. 잘 쓰지 않았던 영화적 기법으로 신선함을 안겨주었던 그 시절의 그 영화는 여전히 젊었다. '1969' 란 숫자를 떠올리면 이젠 부치와 선댄스가 떠오를게 될 것 같다. 왜 이렇게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됐는지는 나 자신도 그 이유를 잘 설명할 수 없지만 내 기대에 꼭 부합했던 재밌고 스타일 살아있는 멋진 영화라는 사실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