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히스토리 X - [할인행사]
토니 케이 감독, 에드워드 노튼 외 출연 / 씨넥서스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인종차별에 대해서 별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나쁜 거라고. 없어져야 하는 구시대적인 산물쯤으로 생각하고 말았었다. 그렇게 그저 멀리있는 이야기쯤으로 가볍게 생각했던 내게 '아메리칸 히스토리 X' 라는 이 영화는 이미 큰 의미가 되어버렸다. 사실 좋아하는 배우의 변신을 기다리며 기대하는 관객 입장에서 에드워드 노튼의 새로운 연기는 황홀할 정도였다.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지만 이 영화는 노튼의 연기도 물론이거니와 작품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전혀 깊이있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게 했고 생각해보게 했으니 말이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데릭은 백인 우월주의에 점차 깊숙히 빠지게 된다. 백인을 제외한 모든 유색인종들에 대한 데릭의 적대감은 날로 심해진다. 낡은 밴을 훔치러 온 흑인들을 향해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죄책감도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데릭이다. 두 명을 죽인 그 일로 인해 데릭은 교도소에서 3년 간 징역을 산다. 교도소 안에서 목격한 말과 행동이 다른 백인들의 실상을 본 데릭의 신념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행동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토록 믿어 의심치 않았던 자신의 이념이 사실은 자신의 생각을 갉아먹고 있었을 뿐 자신에 인생에 관해서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출소 후 자신의 전철을 밝고 있던 동생 대니에게 모든 이야기를 한 후 형제는 DOC를 탈퇴한다.



인종차별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있겠지만 난 이 영화를 최고로 꼽고 싶다. 피부색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차별하며 선을 긋는 행위는 무의미하다. 그런 몹쓸 신념을 맹신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하는 밑바탕에는 마음속 풀지 못한 분노가 있다는 것. 그런 분노와 뒤틀린 열정이 적을 만들어 죽게 하고 스스로도 서서히 죽게 만드는 것일 테다. 인간의 선함은 부활해야만 하는 것이다. 마지막 대니의 죽음에서 방아쇠를 당긴 흑인 소년의 숨겨진 분노를 보았다. 품었다면 반드시 마음속에서 정리하고 끝내야 하는 감정. 분노는 인간을 달라지게 만든다. 사람을 더욱더 극단적으로 몰고가는 그 감정의 위험성을 말하는 이 영화. 노튼의 연기 변신도 일품이지만, 작품 그 자체로도 좋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마음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이런 영화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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