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공감 이야기!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아무리 친해도 그 누군가에게 자신의 내면 깊숙히 자리한 상처를 표현하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가벼운 말, 쉬운 말은 하고 살기 쉽지만, 가슴속에 꽁꽁 숨겨둔 '진짜' 이야기를 풀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도통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마냥 시간만 보낸 채 정리하지 못한 마음속 상처들을 묻고 살아가기가 쉬운 것 같다. '나부터가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사람이 제각각 다르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런 류의 책을 보면 정말 공감하게 된다. 가슴이 뜨끔해질 정도로 나와 똑같은 문제로 괴로워하는 사람의 사연에 넘치는 공감을 할 수밖에 없는 글들이어서, 숨죽이며 활자 속으로 마음과 정신을 집중해서 천천히 읽어나갔다.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이 확실히 사람의 관심을 끄는 학문인 거는 같다. 그렇다고 해도 전적으로 수긍하기에는 좀 의아한 부분이 개인적으로 느껴졌다. 많은 문제를 유아기, 성장기에 결핍된 부모의 사랑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싶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분명 있을 텐데 말이다. 가정이나 부모 역할의 중요성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깊은 영향은 끼치기에 조금은 무섭기까지 했다. 어떻게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지를 김형경의 상담글을 보면서 배우게 됐다. 엄마같이, 언니같이. 김형경은 진정으로 위로하며 상처를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진심으로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식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글이어서 퍽 인간적이었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한다. 어떤 상처는 표현하려 하면 뭐가 그리 서러운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복받치는 울음으로 말을 이을 수가 없다. 책을 보면서 나의 '성향'이라고 표현했던 '문제'들을 만나게 됐다. 양가 감정의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심한 편이라는 것을.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말을 기억하고 용기를 내야겠다.

겉은 아무 문제 없는 멀쩡한 사람 같아 보여도, 진정으로 멀쩡한 사람은 이 세상 아무도 없다. 이 사실이 나에게 위로가 된다. 내가 이런 식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아픈 상처 이야기를 조금은 이기적인 마음으로 봤다. 본 것만으로도 조금은 치유받은 느낌을 들어서, 사람풍경에 이어 천 개의 공감도 내게 도움이 되는 책으로 꼽고 싶다. 조용히 천천히 읽게 되는 책. 가슴을 치는 글귀가 많아 도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