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좀비 소설, 설명이 더 필요해?
<셀>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황금가지 펴냄
<셀>은 1999년 교통사고를 당해 은퇴를 고려하던 스티븐 킹이 오랜만에 슥삭슥삭 써낸 좀비 소설이다. 주인공인 일러스트레이터 클레이 리델은 작품을 좀 팔아보고자 보스턴을 방문 중이다. 그런데 멀쩡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미쳐 날뛰며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광증의 원인은 사람들의 뇌를 완전히 포맷해버리는 정체불명의 전파. 결국 휴대폰(Cell Phone)을 소유하지 않은 고리타분한 자들만이 살아남고, 리델은 우연히 만난 일행과 함께 휴대폰 송신탑이 없는 지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리처드 매드슨(<나는 전설이다>)과 조지 로메로에게 바치는 헌정사로 시작된 책은 결국 전통적인 좀비 문학이나 영화에서 떨어져 장르적 진화를 거듭하는데, 두뇌가 포맷된 인간들이 공중부양이 가능한 신인류로 진화하는 대목에 이르면 키득키득 웃음이 날 지경이다. 책을 읽고 나면 “영화는 롤랜드 에머리히적으로 접근한 <새벽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엘라이 로스(<호스텔>) 감독의 신성모독적 발언에도 끄덕끄덕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쨌거나 팬들은 두 가지 이유로 2008년 개봉할 영화를 기다릴 것이다. 첫째, 킹의 문체를 뭉개는 둔중한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 둘째, 책의 서두부터 독자를 때려눕히는 광란의 스펙터클을 영상으로 보고 싶어 망막이 근질근질하기 때문.
김도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