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ㅣ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김연수 - 라는 이름은 꽤 익숙했지만 그의 글은 이번이 처음. 이름만 알 뿐. 작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청춘의 문장들' 은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됐다. 소설이 주는 즐거움과는 또다른 즐거움이 산문집에는 있다. 산문집은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창조하며 이야기 속에서 언뜻 보이는 작가의 모습을 보다 가깝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애매한 청춘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작가가 살았던 청춘이란 시간들을 엿보는 동안 부분적으로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래서 퍽 공감할 수 있었다.

꼭 나의 기억이 아니더라도. 작가가 살았던 다양한 기억의 시간들을 글로 표현한 이야기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기억의 공유란 이런 걸까. '청춘의 문장들' 은 적당한 무게감에 적당한 감정들을 녹여낸 것 같다. 진실하게 써내려간 글은 울림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이 책이 좋다. 곳곳에 작가가 좋아하는 짧은 문장들을 이야기와 함께 엮었다. 솔직히 전혀 와 닿지 않았던 글귀도 있었고, 가슴을 툭툭 치는 글귀도 있었다. 살포시 미소 짓게 만드는 글도 있다. 기억을 더듬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인상깊게 다가온 내용이 있다.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알려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독자로서 작가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인지 그 부분이 인상깊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잠시 망각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나에게도 그런 한마디를 해준 사람이 있었지...하고.

잠시 사라졌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들. 오늘도 청춘의 하루를 보냈다. 나는 이후에 어떻게 청춘을 추억할 수 있을까. 어떤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화려하지 않고 담백하게 써내려간 글이 좋아서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달라서, 감상도 제각각이겠지만 나는 이런 류의 글쓰기, 내 취향이라서 굳이 단점을 찾고 싶지는 않다. 내 마음에 들었으니, 이 책은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산문집만이 줄 수 있는 것. 소설이 줄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