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심리학 2 --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눈물의 씨앗인가? 오래 참고 친절하고 시기하지 않는 것인가? 사랑에 대하여서는 여러 가지 이론과 설이 있는데 심리학 교과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론은 예일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스턴버그의 "삼각형" 이론이다. 그가 1986 년에 Psychological Review 라는 저널에 발표한 이론이다. 이 저널은 포괄적인 이론을 주로 싣는 저널로서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선망되는 저널이다. 그래도 뭐 그렇게 심오하거나 과학적인 이론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그나마 여러 "사랑론" 중 체계적이라고 본다.

스턴버그는 사랑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주장한다: (1) 친밀감 (Intimacy, 애정으로 번역하려다 사랑이란 말과 너무 비슷해서). (2) 열정 (Passion), (3) 판단과 의지 (Commitment) 사랑한다는 의식적 판단과 관계를 지속 시키려는 의지.

친밀감 (Intimacy) 은 "따뜻한 감정" 적 요소로서 가까운 느낌, 또는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리키고 잘 해주고 싶은 마음,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 등이 포함된다.

열정 (Passion) 은 "뜨거운 동기" 로서 육체적 끌림이나 성적 관계에 관련된 요소이다. 가슴이 뛰고 같이 있고 싶어 안달인 그런 것도 열정과 관련이 있겠다. 열정은 동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감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일단 스턴버그의 생각을 쫓아가 보자.

판단/의지 (commitment) 는 "차가운 인지" 적 요소로서 단기적으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결정과 장기적으로는 그 관계를 지속시키겠다는 의지를 의미한다. "그땐 그게 사랑인줄 몰랐어요." 어쩌고 하는 게 단기적인 의미와 관계가 있다고 본다. "이 사람과 결혼해서 평생 같이 살아야지" 하는 게 장기적인 의지이고.


그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조합하여 여러 가지 남녀 관계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Harry Met Sally" 라는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처음에는 그냥 친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이 (1) 이었다가 열정 (2) 과 의지 (3) 를 가지게 된 관계로 발전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반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열정 (2) 으로 시작해서 의지 (3) 와 친밀함 (1) 을 키워나가는 관계로 나아간다. 열정도 친밀함(애정) 도 없지만 그냥 관계를 지속하자는 의지 (3) 만 있는 관계의 예는 죽지 못해 같이 사는 오래된 부부이거나 아니면 옛날에 집안 어른끼리의 결정으로 결혼한 부부가 처음 만난 날의 경우이다. 오래된 부부관계는 열정 (2) 은 식어 약하고 애정/친밀함 (1) 과 관계 지속의 의지 (3) 만 있는 경우도 많다. 하기야 30년 같이 산 부부가 서로 상대방을 보기만 하면 가슴이 뛴다면 병원에 가봐야 할지도 모른다. 심장 전문병원. 이 삼각형 이론은 남녀 간의 사랑 뿐 아니라 罐?형제간이나 친구간의 사랑도 설명한다. 물론 이 두 가지 사랑은 열정의 요소는 없고 주로 친밀감과 의지로 구성된 사랑이라 본다.

세 가지 요소 중에 (2) 열정이 남녀 간의 사랑의 가장 특징적인 면이지만 가장 한시적이고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면이기도 하다. 반대로 사랑에 대한 판단이나 의지 (3. commitment) 는 의식적으로 통제가 가능하고 따라서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요새는 사랑을 두뇌의 화학작용으로 설명하는 것이 유행인데 그 중 많이 거론 되는 것이 도파민 (Dopamine) 이다. 사랑에 빠져서 날아갈 것 같은 희열감이 들고 잠도 안 오고 배고픈 줄도 모르는 상태가 되는 것이 도파민의 작용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도파민은 마약의 효과와도 관계가 있어서 코카인은 뇌신경이 도파민을 수거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서 도파민의 활동을 증가시킨다. 열정이 도파민과 관계가 있다면 친밀감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과 관계가 있다. 얼마 전에 사랑하지 않는 사이라도 성관계를 가지면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친밀감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보도된 바 있다.


그래서 남녀 간의 관계를 호르몬이나 신경물질의 관점에서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욕정 (테스토스테론 같은 호르몬) - > 열정 (도파민) -> 친밀감 또는 애정 (옥시토신 또는 세로토닌)

처럼 나열해 볼 수 있겠다.

사실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머릿속으로 정의가 안 떠올라도 가슴으로 대충 다 안다. 포리스트 검프도 아는데. 문제는 어떻게 사랑을 얻느냐가 더 큰 관심사가 아닌가 싶다. 몇 년 전에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들이 "아빠 내가 학교에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는데 가서 내가 좋아한다고 얘기하려고 해." 그래서 내가 했던 말이 "아들아 네 목적은 그 여자애가 널 좋아하게 하는 것이다. 섣불리 좋아한다고 하면 너만 손해 보는 수가 있단다." 이었는데 잘 한 건지 모르겠다. 남들은 정직이 제일이라고 가르친다던데.

어쨌거나 어떻게 사랑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하여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자료들을 응용해보면

첫 데이트에 놀이 공원 같은 데 가서 롤러코스터를 타라. Dutton 과 Aron (1974) 이라는 사람의 연구에 의하면 심신이 흥분했을 때 사랑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처음 보는 남녀를 좌우로 흔들거리는 다리를 건너게 했더니 안정감이 느껴지는 다리를 건넌 남녀에 비해 더 상대방에게 이성적 관심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까다로운 척 하면서 관심을 보여라. 아무 남자나 데이트 신청하면 언제나 뛰쳐 나가는 여자라거나 치마만 두르면 다 쫓아다니는 남자라는 인상을 주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렇다고 콧대 높은 척하고 눈길 한번 안주면 또 인기 없다. 원래 콧대가 높아서 아무나 하고 데이트 안하는 인상을 풍기면서 자기한테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한다.

관계에 장애가 좀 있어야 열정에 불이 더 잘 붙고 로맨틱하다니까. 알아서들 하시라.

종종 얼굴을 비춰주는 것이 유리하다. 단순히 눈앞에 자주 보이면 익숙하게 되고 그러면 더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단순 노출 효과 (mere exposure effect) 라는 것이다. 물론 단순 노출 효과는 열정보다는 친밀감 증진에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싫다는데 너무 자주 들이밀면 역효과가 난다.

뭐 더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올리고 나중에 생각나면 추고하기로 하고 노무현 대통령 민주 평통 연설에 대하여 한마디 하자. 노무현 얘기 이제 그만 하려고 했는데 영화 대부 3편에 나오는 알 파치노 대사처럼 자꾸 나를 끌어들이는 일이 생기는데 어쩌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연설을 보고 막말이니 말투가 어쩌니 하는데 내가 연설을 보고 느낀 것은 거꾸로 노무현 대통령이 참 국민들로부터 다시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또 국민들을 존경하고 있구나 라는 것이다. 저렇게 자기 속을 털어놓고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것은 상대를 존경할 때 하는 것이다. 잡아먹을 듯이 눈을 부릅뜨고 “본인은…" 으로 시작하는 옛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설을 생각해 보면 졸병들 앞에 줄 세워놓고 훈시하는 인상인데 졸병들 앞에 세워놓고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사람 없다. 그런데 졸병 때가 그리운 사람이 많은가 보다.

따지고 보면 한때나마 노대통령처럼 국민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정치인도 없었던 것 같다. 왜 국민들이 그를 사랑했던가? 그가 국민들을 아래로 깔아 내려 보면서 연설하지 않고 국민들을 대등한 상대로 보고 하소연했기 때문이 아닌가? 또 그렇게 거침없이 속에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그의 순수함이 좋았기 때문 아닌가? 그러나 열정은 식는 법이다. 그러니까 노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국민들의 사랑을 얻기를 포기하고 대신 국민을 짝사랑하는 태도로 남은 1년간을 마무리 하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조선일보를 위시한 언론들도 이제 연말도 되고 했는데 하루만이라도 노무현의 장점에 대해서 한번 써 보도록 노력해보시라. 똑같은 얘기 매일 일면 톱에다 쓰면 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지겹지 않은가. 요샌 한겨레 신문까지 덩달아 그러는 것 같다.  노대통령의 스타일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넓게 보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뭐 꼭 노대통령이 아주 잘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잘 잘못에 비해 너무 언론이 심하지 않은가 싶다는 것이다.  사실 현 미국 대통령에 비하면야 아주 훌륭한 대통령 아닌가? 그러니 부시를 바라보고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아닌 것에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마음으로 가슴을 쓰다듬으며 연말 연시를 맞도록 하자. 메리 크리스마스!

http://wnetwork.hani.co.kr/newyorker/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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