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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ㅣ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1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소화 / 1997년 10월
평점 :
품절
일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 이름은 알 거라 생각된다. 그의 이름을 꾸미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일본현대문학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그가 쓴 글은 대부분 작가 자신을 떼어놓고는 읽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의 경험을 허구화하지 않고 고백하듯 그대로의 모습을 써내려가는 일본 특유의 소설 형식이라는 '사소설' 이라는 장르의 글로 보면 그가 살아온 인생의 모습과 그가 고민하며 고뇌한 모습이 있다. 읽다보면 조금 난해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건 내 이해력이 부족한 연유인지도 모르겠다. 스토리가 이어지다가도 뚝 끊기고 짠 하고 작가가 나오는 소설 구조도 있었고, 어떤 이야기는 완전한 결말 없이 이야기가 끝나기도 한다. 다양한 소설적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스물 일곱 살 때 <만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첫 창작집이다. 작가가 처음 책을 집필할 때부터 자살이라는 죽음을 염두하고 유서쓰듯 쓴 소설이라고 한다. 만년을 읽기 전 <사양 인간실격>을 읽었더랬다. 일본문학사에서 가치있게 평가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많은 걸 미리 기대하고 읽어서였는지, 책을 읽어내려감에 집중하지 못해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고 돌이켜보면 별로라고만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만년>은 작가의 모습이 다각적으로 투영된 단편들이 있어서 나름 만족하면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중언부언 말이 길고 글이 긴 문체가 아니라 짧지만 함축적인 단편들이 담겨 있는 창작집이다. 자살로 마무리 지은 그의 삶의 종착과 현실의 괴리들 앞게 괴로워하고 또 고뇌한 한 작가의 삶의 흔적들이 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