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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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자, 가슴 속에서 뭔가 뭉클하고 떨어져 내리는 기분이다. 수술을 받다가 그냥 그렇게 가고 말았구나. 어떤 극적인 반전도 없이. 그래, 멋지게 다시 깨어나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결말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잠자리에 들면서도 쓸쓸함과 씁쓸한과 그리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묘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래, 나는 내 아버지를 생각했다. 아빠의 삶도 요약해놓으면 주인공의 삶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루고, 어느 정도의 후회가 있고, 어느 정도의 변명거리가 있고, 열망하고, 애정하고,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때론 놓쳐야 했던 그런 삶. 아니, 뭔가 하고픈 갈망이 생기고 바로잡고 싶은 일들이 생각났었더라도 이미 몸이 말을 듣지 않던 그 노후한 말년의 삶. 외로웠을 시간들을 생각하니 너무 쓸쓸하다.    

어느 누구의 삶인들 죽음 앞에서 다르랴. 그냥 모두가 무기력하게 보통사람이 되어 '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 필립 로스의 책은 처음이라 후기들을 꼼꼼하게 읽어봤던지, 책 읽는 중간에 인용됐던 문장이랑 구절들이 많이 등장했다. 아, 봤던 문장이구나라는 인식과 동시에 그 문장들이 갑자기 책에서 튀어나와 문맥을 잃고 오로지 그것만으로 동동 떠다니는 아주 성가신 경험을 했다. 다시 책 속으로 집어 넣고 앞뒤문맥에 끼워넣으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나만의 감성으로 읽으려고. 앞으로 왠만하면 누군가의 밑줄긋기나 인용은 미리보지 않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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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공장 골목
존 스타인벡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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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빛나는 은유와 묘사로 가득찬 깨알같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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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양장)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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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짠하네. 친구를 그리워하고 앉았을 김려 생각에. 또 친하던 벗들마저 서먹해져 버렸을 때의 이옥을 생각하매. 글을 쓴다는 것. 아, 이렇게 일생을 걸어도 버릴 수 없는 것이었구나. 이들의 우정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는 잘 모르겠고;), 정조의 탄압에 이 두 사람이 어떻게 견디어 갔는지를 지켜보는게 흥미로왔다. 종간중간에 인용되어 있는 이옥의 글들은 소박하지만 이슬처럼 맑디맑게 반짝거린다.   2011_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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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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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에서 30%할인을 하길래 샀다. 관심이 있긴 했는데, 솔직히 읽고 나면 '피곤'해질 같아서 질끈 눈감았던 책이었다. 저자의 말을 빌어 말하자면 새로운 '불편' 느끼고 싶지 않았던 이유다하지만 언젠간 읽게 거란 것도 알았다.  

9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서 인권을 말하고 있다청소년, 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검열과 표현의 자유, 인종차별, 제노싸이드에 대해서. 말하자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권침해를 고발하고 부지불식간에 우리에게도 스며들어 있는 잘못된 시선을 거두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글을  쉽게 쓰기도 했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으니 읽힌다. 그가 말하는 모든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는 한마디로 "내가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하라" 것이다 

미친 돌아가는 교육현실 . 청소년들에게도 어른과 똑같은 인간의 권리가 있음을 각인시키고, 대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수자를 당당하게 멸시하고 차별하는 오만방자한 시선과 평등치 못한 제도에도 일침을 가한다. 장애인들을 ‘비정상’적이고 '불완전'해서 베풀어야 하고 도움을 주어야만 하는 사람으로 단정짓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다. 서로 뺨따귀를 때리면서 사랑을 표현하는 무수한 드라마 장면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같이 살거면 죽자’라며 미친 듯이 질주하는 소지섭의 모습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읽는다. 소지섭의 화려한 비주얼에 매몰되지 않는다. 인종차별과 제노싸이드에 관해서는 본노를 금치 못하겠지만, 그냥 멀리 지구 편에서 들려오는 ‘타인의 고통’으로만 느끼지 않았는지 반성케 한다. 당장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책에서 잠깐 1986 김진숙 의원이 언급되는데 그는 오늘날도 여전히 고공 크레인 위에서 분투하고 있다. 그 때로부터 20년도 지났지만, 여전히 길이 멀구나 싶다. 이런 모든 차별의 이면에는 권력의 문제가 결부되어 있다는 것도 문득 깨닫는다.   

역시 읽길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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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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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큼 유쾌하게 푹 빠져 즐기진 못했다. 나보다 저자가 더 들뜨고 신나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으니 나는 더 뒷걸음질을 치게 됐다. 그냥 묵묵히 보여주기만 해도 박지원의,열하일기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 수 있었을텐데, 남발하는 느낌표와 감탄문은 나의 감정까지도 윽박지르는 것 같아 거북했다. '노마디즘'을 읽던 때, 이러저러 관련 책들에서 고미숙이란 이름을 많이 봐왔었기에 기대감이 있었는데, 아쉽다.  

박지원이야말로 진정한 노마드였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마저도 증명하듯 들이대는 통에 살짝 피곤해졌다. 이것 봐, 박지원은 이렇게 것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고, 매끄러운 공간을 질주해서 자유로운 '-되기'를 실천하잖아. 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원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고, 열하일기를 읽어 보고 싶어졌다면 잘 읽은 것인가? 더불어 문체반정 때문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정조>편도 들쳐보고, 이옥의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정민의 <비슷한 것은 가짜다>를 다음 독서목록에 올려둔 것도 큰 수확이다.  

같이 보고 있던 정민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보니, 박지원과 정약용의 차이가 훨씬 두드러지는 듯하다. 두 저자의 글도 아주 대조적이다.   

어쩌다보니 조선 후기에 낚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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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0 16:45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
 
 
차트랑 2012-01-26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미숙께서 열하일기에서 보여준 오버액션스타일이
북극곰님을 심적으로 부담스럽게 해드렸나봅니다.

저도 고미숙의 열하일기..를 읽고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말씀을 듣고보니 또 상당히 일리가 있습니다요 ㅠ.ㅠ
(이런 줏대없는 사람(저) 같으니라고^^)

그리고 저의 서재를 방문해주셔 고맙습니다 북극곰님
댓글들을 보니 제게도 익숙한 알라디너들의 닉네임이 보이더군요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차트랑공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