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지각같은 거 잘 안한다. 그리고 약속시간에 늦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런데 직장생활 오래하다보니 뭐 하루 회사 좀 늦게 나오면 어때? 맨날 그러는 것두 아닌데...싶고, 핸드폰이 있으니 약속시간을 지키는 일에도 좀 느슨해진 게 사실이다.  

그래도 그렇지 올해 1월 한달만 벌써 지각이 2번. 신경이 쓰이는데 오늘도 아침에 발 동동거리며 출근했다. 이유인 즉, 모두 울 큰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질 않는다는건데. 어릴 때는 자는 아기 옷 갈아 입혀 들쳐업고 출근도 했었지만, 이젠 너무 커져버러 그럴 수도 없다. 아이는 아이대로 일어나자마자 까슬한 목에 밥을 밀어넣는 엄마가 귀찮을테고, 일어나서 동생이랑 아침인사도 하고싶고 자동차도 좀 만져보고 싶고 한데 빨리 신발 신으라고 소리치는 엄마가 매정할테고 그렇겠지만. 그래도 제호는 순종적?인 편이라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않고, 어린이집에 안 가겠단 소리도 잘 안하는데 엄마의 기대만큼의 속도를 내지않고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으니 바쁜 아침 시간에 난 매일 애가 타는 거다.  

오늘도 15분에 집에서 나서야 지각은 안 하는데, 16분을 막 넘어가는 거다. 급한 맘에 애를 질질 끌다시피 들어서 현관 앞에 데려다 놓고 내 신발 신고 있었는데, 고새 또 동생한테 가서 노닥거리고 있다. 엄마 또 지각이라고! 제발 좀 빨리와! 라고 해원이 봐주시는 아줌마가 있는데도 막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방에 있던 아빠한테도 제호 좀 어떻게 해 보라며 신경질을 냈다. 겨우겨우 차에 태우고 붕.. 출발하는데, 남편이 넥타이도 못 걸친 채 양복 윗도리랑 가방을 움켜쥐고 택시를 잡듯 우리 차를 세운다. 순간 뭘 또 잊어버렸나 싶어 뭐?!! 그랬는데, 나 지각한다니 나 회사앞에 내리고 자기가 제호는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간댄다. 그럼, 자기도 지각일텐데. 내가 어지간히 요란을 떨고 예민하게 굴었나보다.  

그러구 둘을 보내고 회사에 올라오고 보니 왜 이렇게 미안하고 기운이 빠지는 지.  

제호는 무슨 죄인가 싶고, 자기로 인해서 기인한 것두 아닌데 아침마다 혼이 아닌 혼이 나는 제호도 안스럽고 그렇다. 아침마다 도시락 먹는 제호는 밥 먹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비가 오는 아침, 괜히 미안하고 미안하다. 어디선가 그랬는데... 맞다. 김인숙 작가가 "산다는 건 매일매일 누군가에게가 미안한 거다"라는 비슷한 말을 했던 거 같다. 그래,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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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구가 돈다더니, 결국 제호도 아침에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단다. 아침부터 기운 빠지고 걱정되고 힘들다. 이제 돌도 넘겼고 갓난쟁이 벗어나서 좀 나은 것 같은데도, 이렇게 아픈 날, 특히나 전염성이 있는 질병이라 집에서 데리고 있어야 하는 날이면 정말 암담하다. 남편이 그나마 자유로운 직업이라 많이 희생을 강요하기긴 하지만, 일을 팽개치고 맨날 이럴 수는 또 없는 일이다.

오늘을 그나마 딱 일주일의 한가운데 수요일. 내일은 내가 오전반차, 오빠가 오후 반차, 금욜은 오빠가 월차... 이렇게 쓰고 주말을 보내겠는데 담주 월요일을 또 어떻게 한다? ㅠ.ㅠ 이 대목에선 정말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다. 부산에 계시는 시어머님께 SOS를 쳤건만 수요일이나 되어야 가능하실 것 같다고하고... 엄마는 아빠가 편찮으셔서 자리를 못 비우시고... 어찌어찌 시집도 안 간 시누이를 올려보내신다고 하는데, 말이 쉽지 시집도 안 간 아가씨가 아이를 하루종일 그것두 3일씩이나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제호도 잘 모르고....

요즘 들어 많이 갈등된다.  어릴 때 엄마가 옆에서 즐거이 놀아주고 반응해주는게 아이의 평생의 재산이 되지 않을까. 기억하진 못한다할지라도 몸으로 남아 있는 그런 재산. 그렇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고민이 간난쟁이일때보다 훨씬.. 많다.

올 5월 1일이면 만으로 딱 10년을 채운다. 한직장에서 참 오래도 다녔다 싶지만, 나름 부서도 좀 옮긴 편이고 교재개발이란 맥락은 같았지만 매체가 조금씩 달라서 실증내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우리 부서에 '또라이' 상사도 '재수없어서 미칠 것 같은' 녀석도 없다. 고작 스트레스래야 융통성 없는 회사... 산행... 에버랜드...뭐 그 정도? 사실 그 정도라면 스트레스랄 것도 없다. 조금조금씩 변화가 있어서 그런지 일도 그닥 지겹지 않다. 나는 사무실 내 책상이 딱.. 편하다. 나름 쾌적하고 깔끔한 사무실도.... 뭐 그딱 짜지 않은 월급도... 가끔 신경질을 부리기도 하지만, 또 가끔은 그게 약도 되는 법.

그래서 정말 순수하게 제호때문에 회사를 그만둬야 할까... 심하게 갈등된다. 특히나 이렇게 아프면 더 그렇다. 이건 현실적으로 제호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다. 내가 집에서 제호만 보고 지내는 것도 사실은 자신이 없다. 내 성향상 그런 생활에 즐거이 만족할지도 의문이다. 주위에 친구도 없고.... 오직 제돌이와 대화하고 시간보내고 먹고, 자고, 놀고... 그렇게 보내는 상상을 하면 솔직히.. 미안하게도 숨이 막힌다. ㅠ..ㅠ 

어떻게 해야할까... 심란한 아침. 둘째 가지고 그만둘려고 했는데... 그것도 요즘엔 슬슬 갈등이었는데, 심란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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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7-04-25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상황이시군요... 가부장제 사회에선 이럴 때 100% 여자가 그만두죠...그리고 그 여자는, 나중에 다시 일할 기회를 갖기가 어렵습니다. 반드시 엄마가 있어야 애가 잘 자라는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같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하면 애는 바르게 자라지 않을까요... 제가 너무 이상한 얘기를 하는가요...

숲노래 2013-04-12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간 일이지만,
덧붙여 본다면,

아이는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가 함께 있어야 해요.
그러나, 어머니가 있든 아버지가 있든,
또 다른 사람이 있든,
누구라도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으면 돼요.

그러니까,
'사랑'을 헤아리면서
하루하루
북극곰 님 스스로 사랑 쏟아 할 일을
즐겁게 하시면
아이들도 무럭무럭 아름답게
잘 크리라 믿어요.
 



 

 

 

 

 

제호를 키우면서... 남을 내 맘대로 재단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자..라는 반성을 하게 된다.  겉으로는 유해보이지만 간혹 가다 한 성깔하는 나를 나 스스로는 당당하고 정의롭다! 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에나!

작년에 팀장, 나, 그리고 그녀가 같이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울회사 야근이 거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성우나, 교사 녹음이 저녁시간에나 가능하다든지 하는 특수한 경우에는 남아서 일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 그렇지만 한살배기 아기가 있는 그녀는 항상 땡 퇴근이었다. 아기를 보러 가야 한다는 거다. 사실, 그녀가 근무시간에 룰룰랄라 놀지도 않았고 태만히 한 것두 아니었지만. 어린이집에 맡긴 것도 아니고 시부모님이  봐주시는데 좀 늦게 가면 어떻다구 저렇게 땡퇴근을 하는 것이며, 교사녹음이 있는 저녁에도 야근을 못한다고 하는 것일까. 참으로 황당하고 얄밉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육아휴직까지 빠빵하게 다 챙겨서 1년 2개월을 쉬고 나온 터였다. 그렇게 할 베짱이 없던 나는 왜 그걸 칫!하고 배아파했었을까.

바쁘게 돌아가던 그 때 난 만삭의 임산부였다. 그래서 더 억울했고 팀장한테 돌아가면서 하자. 왜 그녀는 아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야근에서 열외냐. 난 용납할 수 없다. 했었따....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던 여자 팀장은 이해하자 했지만.... 난 안 된다고 했따. 그런식으로 개인 사정 다 생각하면 남들도 다 사정이 있다. 아기를 보러 가야하는 것도 그냥 그 개인에게 속한 개인의 문제다.. 그럴 때는 남편이 하루 일찍 올 수도 있지 않냐..라고 떠들어댔다.  그리고 나눠서 녹음야근을 했다. 음하하.. 나는 이제사 세상이 공평하게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작년 연말까지 근무하고 퇴사했다. =.=;; 물론 나 때문은 아니다.  ㅠ..ㅠ

요즘 직장 다니면서 제호를 맡기고 데려오고 하는 중에 문득문득 흥분했던 그 내모습이 떠오른다.  요즘 난 맨날 회사 그만둘까? 댕길까? 수십번도 넘게 갈등한다. 그만큼 고되고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서 맑고 뽀얀 얼굴로 엄마에게 앵겨드는 걸 보면, 어린이집서 멍하니 엄마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며, 내내 감기로 병원을 들락거리는 아들을 보면 당장 그만두고 싶다.. 가도 간혹 음식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열올리는, 울 회사 여자부장님들과는 너무 다른 같은 연배의 아줌마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늙어가면 어쩌나 싶어서 두렵고, 집에서 있을 체질도 아닌데 잘 견딜? 수 있을까 두렵고.. 울 제호 학교가고 나면 그 때 난 뭘하지 싶고... 이렇게 매일이 고민이고 그 때마다(아니, 그 때마다는 아니고  ^^) 그녀에게 미안해진다.

난 아이를 기르는 직장맘의 맘이 이렇게 복잡하고도 심란할 줄 몰랐다. 극성떠는 엄마들이나 그렇게 안절부절 걱정하는 줄 알았다.

30년을 넘으니 그 해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배울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가벼이 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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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12-30 0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덧 여섯 해 지난 옛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올해에는, 또 새해에는 새삼스레 다른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거듭나시겠지요.

늘 좋은 생각을 스스로 품으시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