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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평점 :
동그란 선글라스에 허리까지 길게 늘여 땋은 머리. 여유롭게 앉아서 정면을 바라보는(사실은 선글라스 때문에 알 수 없지만) 아이가 어쩐지 매력적이다. 정해진 곳도 없이 아빠와 단둘이 스쿨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이 아이의 이름이 코요테다. 아빠의 이름은 로데오이고.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은 이들과 친구들의 로드 트립 이야기다.
제일 먼저 드는 궁금증은, 왜 이들은 정착해서 살지 않고 이렇게 돌아다니는 걸까?라는 것. 언뜻 자유롭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이들의 얽매이지 않는 삶에는 사실 가슴 아픈 상처가 있다. 오 년 전 교통사고로 엄마와 코요테의 언니, 동생을 잃었고, 잃은 가족들을 생각나게 나는 것들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서 살던 곳을 등지고 떠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둘 사이에는 엄마를 언급하는 것도 언니나 동생의 이름을 말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엘리라는 원래 이름 대신 코요테로, 아빠는 아빠 대신 로데오라고 부른다. 그 모든 이름들이 예전에 행복했던 가족들, 지금은 없는 그들을 생각나게 하니까. 하지만 그 금지된 것들 안에 얼마나 큰 그리움이 담겨 있을까. 제대로 봉합되지 못한 상처는 겉으로만 보이지 않을 뿐 속으로는 곪아 들어가기 마련이라, 어느 날 더 아프게 드러내야 할 때가 오는 법이다.
어쩌면 아빠가 코요테를 돌봐준 게 아니라, 코요테가 아빠를 돌봐준 건지도 모른다. 어쩔 줄 몰라하는 아빠와 함께 하며 아픈 것들을 건드리지 않고, 안전하게 도망 다닐 수 있게. 하지만 결국 그런 아빠를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게 해내는 코요테.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뭉클하다. 그래, 그게 열 두 살 아이의 솔직한 마음이지.
매주 할머니에게 전화를 드리던 코요테는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엄마와 언니 동생과 같이 추억 상자를 묻었던 공원이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 상자 만큼은 꼭 지켜내야겠다고 생각한 코요테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는다. 물론, 다시 예전 가족들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자는 요청은 아빠에게 절대 먹힐 리 없다. 그래서 아빠가 모르게, 아빠를 운전을 시켜서 원하는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혼자만의 미션을 수행해야 하게 된다. 그것도 공원이 허물어지기 전까지! 아빠를 속여야 하고, 시간적인 제약까지 있는 상황이다 보니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까 코요테와 같이 독자들도 마음을 졸인다. 물론, 이 모든 일을 혼자서 해낼 수는 없다. 스쿨버스에 탑승한 다른 친구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로데오와 코요테는 정해진 곳 없이 떠돌다 보니 오가다 딱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을 태워주기도 한다. 하지만 늘 세 가지 질문에 만족할만한 답을 내 놓아야만 탑승 자격을 준다. 가장 좋아하는 책, 가장 좋아하는 장소, 가장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묻고 그에 대한 대답을 듣는다. (살바도르가 가장 좋아한다고 대답한 <고스트>는 나도 좋아하는 책! 어찌나 반갑든지.) 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음식보다는 좋아하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을 알기가 좀 더 쉬운 것 같다. 로데오와 코요테도 그랬음에 틀림없다.
꼭 같은 처지는 아니지만, 스쿨버스 예거에 오른 이들은 각자의 어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헤아릴 줄 안다. 결국 그들의 도움으로 추억 상자를 찾을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슬픔과 상처는 도망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제대로 애도하고, 받아들여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그래서 이제는 서로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된 그들, 다시 출발하는 노란색 예거는 이제 예전과 같지 않다. 좀 더 밝고 건강하게 세상을 달릴 수 있기를.
부릉부릉........부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