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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평점 :
도서전에서 30%할인을 하길래 샀다. 관심이 있긴 했는데, 솔직히 읽고 나면 '피곤'해질 것 같아서 질끈 눈감았던 책이었다. 저자의 말을 빌어 말하자면 새로운 '불편'을 느끼고 싶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언젠간 읽게 될 거란 것도 알았다.
9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서 인권을 말하고 있다. 청소년, 성 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검열과 표현의 자유, 인종차별, 제노싸이드에 대해서. 말하자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권침해를 고발하고 부지불식간에 우리에게도 스며들어 있는 잘못된 시선을 거두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글을 쉽게 쓰기도 했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으니 잘 읽힌다. 그가 말하는 모든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는 한마디로 "내가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하라"는 것이다.
미친 듯 돌아가는 교육현실 속. 청소년들에게도 어른과 똑같은 인간의 권리가 있음을 각인시키고, 대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성 소수자를 당당하게 멸시하고 차별하는 오만방자한 시선과 평등치 못한 제도에도 일침을 가한다. 장애인들을 ‘비정상’적이고 '불완전'해서 베풀어야 하고 도움을 주어야만 하는 사람으로 단정짓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다. 서로 뺨따귀를 때리면서 사랑을 표현하는 무수한 드라마 장면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같이 못 살거면 죽자’라며 미친 듯이 질주하는 소지섭의 모습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읽는다. 소지섭의 화려한 비주얼에 매몰되지 않는다. 인종차별과 제노싸이드에 관해서는 본노를 금치 못하겠지만, 그냥 멀리 지구 저 편에서 들려오는 ‘타인의 고통’으로만 느끼지 않았는지 반성케 한다. 당장 내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책에서 잠깐 1986년 김진숙 의원이 언급되는데 그는 오늘날도 여전히 고공 크레인 위에서 분투하고 있다. 그 때로부터 20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구나 싶다. 이런 모든 차별의 이면에는 권력의 문제가 결부되어 있다는 것도 문득 깨닫는다.
역시 읽길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