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가는지 오는지 책상 앞에만 눌러붙어 있다가

간만에 노동절 휴무라고 조조영화를 보러갔다.

시네큐브에서 <우리학교>를 드디어!! 봤다

홋카이도 조선학교를 담은 이 영화.

일본 최북단의 섬, 4월까지 눈이 오는 그 동토에 세상에 가장 따뜻한 우정과 사랑이 있더라.

어눌하고 서툰 우리말(아니 그보단 거의 일본어 억양으로 얘기하는 한국어지만)로 민족과 통일과 동포사랑을 일상적으로 얘기하는 아이들의 맑고 순한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진심은 마음을 통하게 한다고 했던가? 편견을 무너뜨린다고 했던가?

영화를 보다 어느새 눈물이 주룩주룩,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서로를 위하고 다독이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깊은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자꾸만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서경식의 에세이들이 겹쳐졌다.

그분이 지속적으로 재일동포들을 둘러싼 난제들과 그들의 삶에 대해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글쓰기 작업을 해왔지만,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의 동포들에게 새겨진 신산한 역사의 흔적을 살펴보는 일은 언제나 가슴이 먹먹해온다.

재일동포뿐만 아니라 근대화 이후 양산된 수많은 한국적 디아스포라들에 대한 문제가 제대로 재조명되어야 한다.

상영관이 몇개 되지 않은 <우리학교>가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얼른 보라고 여기저기 권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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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 without belly button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회사에 잠시 몸 담았던 팀장님이 내신 비스트로
<배꼽없는 요리사>
논현동 일 치프리아니 뒤편 골목에 위치한 소박하고 정겨운 공간.
언니가 해주는 프랑스식 가정백반(?)을 표방한다고.^^
10여년간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익힌 요리솜씨를 발휘하여
매일매일 달라지는 프랑스식 가정요리를 선보이고 있단다.
샌드위치와 핏자, 샐러드와 키쉬로렌 등 간단한 식사메뉴와
커피와 음료, 와인 등을 맛볼 수 있다고.
지난 주말에 가서 커피와 프랑스식 양파수프를 먹어봤는데,
바께뜨와 함께 내오는 양파수프는 콩소메같은 국물에 고소한 치즈가 어우러져
든든한 한끼 식사로도 부담이 없다.
마흔이 되기 전 꼭 저질러 보고 싶었던 일을 과감하게 펼쳐내보이기란
결코 녹록치 않을터인데...
하나 둘 꿈을 향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마음 속으로나마 응원를 보낸다.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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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7-04-25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깔끔하네요. 분위기도, 음식도. 가보고 싶어요. 배꼽없는 요리사라니. ^^

플로라 2007-04-26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올라오시기만 하믄 제가 특별 프라이빗 메뉴루다 대접을...^^

이리스 2007-05-08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또, 가면 확인해줍니까? 배꼽의 유무.. ㅋㅋ

플로라 2007-05-08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꼽 달아날만큼은 아니지만 담백하고 정갈한 맛입니다. 커피는 무한 리필...^^
 
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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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사회파 추리소설 중 하나인 <이유>.
1990년대 중반 일본경제의 버블이 무너지고 부동산시장이 흔들리면서
나타난 일련의 현상들을 살인사건과 연결해 촘촘하게 구성해나간 역작이다.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관련된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등장인물만 해도 수십명에 달한다.
등장인물 계보와 수도원 구조도를 옆에 두고 읽어내려가야하는 <장미의 이름>처럼 방대하고 복잡하게 엃힌 사건을 추적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유>는 한 인물에서 자연스레 다른 인물로 시선이 이동하면서 사건의 추이를 따라가기만 하면 쉬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독자를 옴짝달짝 못하게 궁금증의 포로로 만들어버리는 반전은 없지만,
장대한 서사를 통해 한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담고있는 일련의 현상과 징후을 성실하게 포착해낸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읽어내려가면서 전혀 지루하고 길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소설의 얼개가 치밀하게 짜여져 있어서 즐거운 몰입과 집중이 가능하다.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무대가 되는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가 우리로 치면 도곡동의 타워팰리스같단 생각을 했다. 그 난공불락의 성에 입성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중산층의 욕망은 살인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직까지 현실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부동산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아주 개연성이 없진 않아 보이므로.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작품으로 <화차>와 <스텝 파더 스텝> 두 편만 읽어보았을 뿐인데,
고작 세편만으로도 미유키 여사를 감히 거장이라고 추어올리고 싶다. 아니 거장이다.
왜 사람들이 미미월드(미야베 미유키의 앞 글자를 따서 그녀의 작품세계를 이렇게 부른다)에 빠져드는지,
다른 작품들도 하루빨리 번역되어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지
100% 공감이 간다.
다음 편 미미월드 입성작으로 뭘 선택할까?
즐거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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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가 당췌 나가지 않는 공기관 제출용 보고서를 작성하다,

서재도 돌아다녀봤다가,

간만에 알라딘서 책도 몇 권 사고(이주헌, 노성두 선생의 책 한권씩이랑 마르께스 할아버지의 자서전!!)

사고친 팀원이 석고대죄(생초코로 용서하기엔 죄값이 크지만...)의 의미로 사다앵겨준 생초콜릿 두어개 먹으면서

이 나른한 봄날의 오후를 보내고 있다.

그냥 뜬금없지만...

우리 회사 마당에 재작년에 심어놓은 벚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그 벚나무 가운데 내 나무가 있다.

직접 땅을 파고 내가 심은 나무.

늦가을에 심어선지, 묘목이 좀 부실했는지

매년 봄이 되어도 벚꽃이 풍성하게 열리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그 나무에 벚꽃이 열리기 시작하면 봄이 왔다고 들뜬 목소리로 알려주는 착한 아이같은 나무랄까....?

뭐 그런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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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7-04-19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직접 심은 나무라니, 느낌이 특별하겠어요. 꽃이 참 이쁘네요. 착하기도 하고. 플로라님처럼. ^^

플로라 2007-04-2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할 때마다 꽃이 좀 피었나 새싹은 돋았나 보는 재미죠.뭐..^^ 달밤님의 과찬엔 언제나 몸둘바를 모르겠사와요~^^
 

2005년 겨울 성탄절 즈음 홍콩에 도착한 첫날,

나는 침사추이쪽 숙소에 얼른 짐을 내려놓고

페리를 타고 센트럴로 향했다.

센트럴 하버에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때문이었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장국영이 생의 마지막을 이 곳에서 마감했다는 것에 대한 애절한 사연도 중요했지만,

사실 만다리 오리엔탈에서만 판다는 장미꽃잎잼이 나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호텔 베이커리에서 파는 장미꽃잎잼을 사고

애프터눈티라도 하고 와야지.

기대를 하고 들뜬 마음을 안고 페리에서 내렸다.

하버를 빠져나와 만다린 호텔을 바라보는 순간.

앗, 호텔이 리모델링 공사 중. ㅡ.ㅡ

호텔 안에 들어가보니 베이커리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콘시어지에 물어보니 바로 전날부터 베이커리는 영업을 중단했다고.

흑, 가는 날이 장날이더냐.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애프터눈티고 뭐고 할 맘이 사라져 그냥 발길을 돌렸다.

그런 만다린에서의 아쉬운 추억을 멋지게 되돌려준 선물을 얼마전에 받았다.

ㅎ님이 우여곡절끝에 챕랍콕 공항서 모셔온(!!) 만다린 오리엔탈의 장미꽃잎잼과 밍차.

저 알흠다운 단지에 담긴 장미꽃잎차 땜에 다시 홍콩가려고 했던 거(설마? !!) 어찌 아셨누...^^;;;

아아 감동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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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4-1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나 홍콩 다녀왔었지. ^^
난 요즘 토털 뉴 라이프 - 를 살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몹시 새로워요.
일본가기 전에 시간 내서 와인일잔하며 이야기꽃 피워보자구요.

플로라 2007-04-1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야근하며 마구 달리다가도 저 단지만 보믄 웃음이..ㅋㅋ 와인일잔으로 이 묵은 피로를 얼른 날려버리고 시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