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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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사회파 추리소설 중 하나인 <이유>.
1990년대 중반 일본경제의 버블이 무너지고 부동산시장이 흔들리면서
나타난 일련의 현상들을 살인사건과 연결해 촘촘하게 구성해나간 역작이다.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관련된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등장인물만 해도 수십명에 달한다.
등장인물 계보와 수도원 구조도를 옆에 두고 읽어내려가야하는 <장미의 이름>처럼 방대하고 복잡하게 엃힌 사건을 추적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유>는 한 인물에서 자연스레 다른 인물로 시선이 이동하면서 사건의 추이를 따라가기만 하면 쉬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독자를 옴짝달짝 못하게 궁금증의 포로로 만들어버리는 반전은 없지만,
장대한 서사를 통해 한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담고있는 일련의 현상과 징후을 성실하게 포착해낸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읽어내려가면서 전혀 지루하고 길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소설의 얼개가 치밀하게 짜여져 있어서 즐거운 몰입과 집중이 가능하다.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무대가 되는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가 우리로 치면 도곡동의 타워팰리스같단 생각을 했다. 그 난공불락의 성에 입성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중산층의 욕망은 살인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직까지 현실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부동산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아주 개연성이 없진 않아 보이므로.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작품으로 <화차>와 <스텝 파더 스텝> 두 편만 읽어보았을 뿐인데,
고작 세편만으로도 미유키 여사를 감히 거장이라고 추어올리고 싶다. 아니 거장이다.
왜 사람들이 미미월드(미야베 미유키의 앞 글자를 따서 그녀의 작품세계를 이렇게 부른다)에 빠져드는지,
다른 작품들도 하루빨리 번역되어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지
100% 공감이 간다.
다음 편 미미월드 입성작으로 뭘 선택할까?
즐거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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