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b단조 미사는 매우 특별한 곡이다. 기독교인으로서도 그렇고,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로서도 그렇고, 바하 음악을 좋아하는 것으로도 그렇다.
흔히 바하의 종교음악을 논할 때 마태수난곡과 b단조를 비교하여 말하는데, 바흐의 마태수난곡이 제 5복음서라 불리며 그의 종교음악의 최고봉이라고 평가받는다. 그에 비해 b단조는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이 덜 부각되어지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 내 생각에 바흐의 b단조 미사는 바흐의 신앙고백이며 계시록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니케아 신독(신앙고백-크레도) 이후의 상투스,베네디투스,호산나,아뉴스데이,도나노비스파쿰(파쳄)의 구성과 흐름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월요일에 기대를 하고 객석에 앉아 첫 "키리에"를 들었을때의 느낌은 그냥 그대로 압도당한다는 것이었다. 감동이란 말도 못나오고 그들의 음악에 내가 압도당하는 기분. 바로 그것이었다.
슈만과 클라라(SNC)의 어느 회원의 말처럼 "CD가 그냥 그 앞에서 연주되는"그런 싸운드에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 마치 하나처럼 움직이는 오케스트라. 그것에 난 압도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 장장 2시간동안 이어진 공연에서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아무리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잘 할 수 있을까? 합창의 뭐라 말로 표현하지 못할 조화, 오케스트라의 이런 사운드, 이런 앙상블,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했다. 토요일/일요일 공연에서 힘들어한다던 '혼"도 완벽했다.
"트라베소'수석이 아파서 못나와 1명뿐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악보를 외워버린 알토의 도인(랍비)같은 연주자의 포스도 인상 깊었고, 자기가- 그리고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음악에 감동받아 음악에 심취하여 연주하던 비올라도 부러워보였다. '과히 천상의소리였던 트럼펫 또 악장은 어떠했는가? 일일히 찾아다니며 조율하고
온화하고 멋진 미소로 단원을 이끌며 솔로부분에서는 바로크 바이올린의 아름다움을 맘껏 표현하던 그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어떤이의 표현처럼 "자신들이 얼마나 훌륭한 앙상블을 만들어내는지를 알고 자부심에 가득한 미소를 날리던 단원들의 모습과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서로들 어찌나 애정 넘치는 시선을 교환하며 연주하던지, 그 일치감과 율동감, 그리고 음악을 만들어간다는 공감. 예전 넷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자기의 음악에 감동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할 일인가...부럽다. 부럽다. 듣는 내가 이렇게 행복한데. 저기 무대 위에서 행복한 표정의 저들은 오죽할까..
요하네스 좀머의 절창은 이미 널리알려져서 굳이 또 말할 필요가 없지만, 온화한 목소리 정확한 표현 그리고 미소를 품은 표정까지.. 끝나고 당신의 음악이 너무나 훌륭했다고 하니 정말 감사하다면서 워낙 감동적인 음악이기때문이라고 하는 겸손함까지.. 아마추어 출신으로 빼어난 실력과 인품, 그리고 멋진 외모까지 참. 대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다미앵의 알토는 청출어람이 어울릴 만큼 잘했다. 스승인 '숄'의 목소리에 귀가 익어 실망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씻어버리고 , 감동에 눈물을 흘릴뻔한 "아뉴스 데이"의 연주는 가히 경지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어둡지만 어둡지 않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그의 목소리에 모든 정신이 뺏길 수 밖에 없었다. 테너와 베스도 충분히 제몫을 충분히 다했다.
마지막으로 헤레베헤의 사모님인 첼리스트. 단아하고 선한 인상에 어찌나 친절하신지 싸인을 부탁했더니 부군의 사인 아래에 조심스럽게 사인을 했다. 첼로를 매고 있으며 부군 옆 구석에서 기다리는 그녀를 보며 신사임당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부군처럼 화려한 시선을 받지 않아도 음악을 공감하는 기쁨. 아르농쿠르 부부의 동지!라는 느낌보다는 선생님과 제자같은 느낌이었지만 헤레베헤가 연주회 끝나고 부인의 볼에 키스하는 모습에서 부부애를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헤레베헤의 팬들이 왜 그렇게 많고 광분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연주였다. 단정한 슈트 정장에
한쪽손에 조그마한 악보를 들고 인사하는 그는 마치 엄격한 청교도 목사같았다. 특히 온몸으로 음악을 이끌어가는 모습에서 신학에 대해 열강하는 목사, 아니 신학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에게는 바흐가 텍스트이리라.. 그가 말했던 것처럼 음악을 하면 할 수록 '바하'를 알아간다 하지 않았는가.
실수한 혼 연주자를 찾아가 가장먼저 손을 잡았주었다던 그의 따스한 모습에서 공연시작전 구내매점에서 과자를 사먹는 소박한 모습에서, 공연끝나고 그대로 호텔까지 걸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대가"는 정말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과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 연주는 정말 감동적이어서, 아니 연주자와 지휘자 마져 감동한 연주회였다. 중간중간 정말 작은 실수들은 느끼지도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너무나 아쉬운 것이 있었으니.
마지막에 곡이 끝나고 지휘자가 손을 내리지 않았는데 바로 박수가 나온 것이다.
그 잔향을 그 종지음을 , 그리고 헤레베헤와 오케스트라, 합창단이 느낄 그 감동의 여운을 미쳐 느낄새도 없이 박수가 텨저 나왔다. 너무나 너무나 아쉬웠다.
일요일에는 그야말로 감동의 잔향이었다던데.. 그 누구도 소리를 내지 않고 그 여백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그런 시간이 있었다는데. 월요일에는 그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참.고.로
다른 음악동호회는 발칵 뒤집혔다. 감동의 물결 릴레이가 오늘까지 진행되고 있다. 정말 대단한 연주긴 연주였던 것 같다.
출처: http://blog.naver.com/meko2000?Redirect=Log&logNo=100025253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