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너는 그야말로 살고 있잖아.
나이도 많지 않은 애가 어떻게 그렇게 네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지?
여행, 여행 말이야.
어떻게 그렇게 네가 여행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지?
네가 정말 부러워. 나도 네 나이 때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 수도 있었을텐데.
...... 그 말은 확실히 옳았다. 모든 사람이 다 죽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사는 것은 아니다.
숨을 쉰다고 해서 진짜로 살아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하는 것이 반드시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었다.
미국인에게 그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평생 동안 여행만 해도, 아무리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안간힘을 써도, 끝이 보이지 않는
차가운 회색 바다 위를 떠도는 시체와 다름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 박정석, <쉬 트래블스> 中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