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3시 반, 시계, 핸드폰 알람, 오디오 알람까지 3개를 듣고 겨우 일어났다. 잠든지 2시간만에 다시 기상이라니.... 암튼 일어나 준비하고 인터넷으로 광주 날씨랑 찾아가는 법 알아보고, 마냐님 서재에 인사하고....ㅎ
콜택시 불러 신사역으로 갔다. 5시 20분.
실장님은 10여분 뒤에 도착. 기다리는 동안 하늘을 보니 무거운 구름들로 뒤덮여 있었다. 과연 어제 서울엔 물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비가 엄청 왔다고....
5시 반에 실장님 차에 올라 광주로 내려갔다. 중간에 충청도 어디쯤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다시 달려 9시가 조금 넘어 광주에 도착. 광주는 쾌청에다 그야말로 쨍쨍하다.
사실 일정은 9시부터 시작이었는데, 교육장소를 찾다 원래 알고있던 곳이 아니라 다른곳으로 바뀌어서 거기 찾아가느라 좀 헤맸다. 암튼 3시간짜리 수업하자고 온갖 자료들 다 싣고 그렇게 달려서 내려왔는데, 예상인원보다 20명이나 더 들어와 산만하게 진행되기도 했고, 암튼 다 마치고 나니 좀 허무했다.
수업이 끝나고 점심으로 광주에서 유명하다는 육회비빔밥 먹으러 <유명회관>이라는델 찾아갔는데, 1시가 훨씬 지난 시간이었는데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야말로 고기 먹는 전형적인 회관분위기에다 너무 정신이 없고 시끄러워 밥 먹는데 살짝 짜증이 나기도.... 암튼 5천원에 육회 비빔밥, 된장찌개, 그리고 육회 1접시 나오는 푸짐한 양(후식으로 야쿠르트까지...ㅋ)은 만족스러웠는데, 내 입맛엔 조금 짰다. 내가 익히 먹어왔던 그런 육회가 아니라(그냥 참기름으로 담백하게 양념하는 <무등산>의 윤기나는 그런 육회 말이다!) 매운 양념이 된 육회는 내 입맛에 그리 맞지 않았다. 웬만하면 밥은 다 비우는데, 매운 육회와 비빔밥은 많이 먹지 못하겠더라.
그리고 특이한 풍경 하나. 점심인데 많은 테이블에서 소주로 반주를 하고 있는 거다. 나이든 어르신들이든 젊은 처자들이든... ㅋㅋ
밥 먹고 광주를 벗어나 다시 달려고 있는데, 실장님이 전주에 들르시겠단다. 지인을 뵙고 가신다고. 뭐 보스가 그러자는데 어째. 따라야지.
전주에 들러 그 지인이 하시는 카페에서 차 마시고 이야기하고, 인사동 비스무리한 분위기가 나는 중앙동 골목에서 실장님이 돌확 사신다고해서 또 1시간 지체. 정말 온갖 종류의 골동품이 다 모여 있는 가게(이름조차 태고당)에서 7만원짜리 돌확(인사동에서 똑같은 걸 18만원을 주고 사셨단다)을 싣고 겨우 출발한 시간이 7시. 이미 사위는 어두워졌고, 충청도로 들어서니 조금씩 비가 내린다. 부여쯤에서 우동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조금 쉬다 다시 고속도로 진입. 경기도부터는 거의 물바다. 고속도로에 물이 안빠져 버스가 지나가면 우리차에 물폭탄을 날려 순간순간 깜짝 놀랐다. 오산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다시 꾸벅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분당. 반포에서 내려 달라고 해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11시 반.
정말 긴 하루였다. 길에서 하루를 보낸 것 같다.
그야말로 on the road.
p.s. 짧은 몇 시간이었지만 전주에서 머문 것이 좋았다. 동네마다 소박한 풍경을 갖고 있었고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여유를 안고 있는 듯했다. 몇 년 전 <단팥빵>이라는 드라마에서 전주의 모습이 꽤 예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과연 실제로 가보니 그리 다르지 않았다.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아서 무척 아쉬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