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처럼 쉬던 일요일이라, 이런저런 집안일과 친구도 잠깐 만나고, 백화점도 가고, 어둠의 경로를 통해 구워진 영화도 봤다(그래서 언제나 쉬는 일요일이 오히려 더 분주하다.ㅜ.ㅜ)

홍콩 영화감독 관금붕(Stanley Kwan)이라는 이름이 익숙해진 건 꽤 되었는데,

정작 그의 작품을 만난 건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본 <완령옥>이 전부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운 대부분의 영화가 멜로인데, 어제 본 <란위>라는 작품에선 멜로를 넘어 신파의 기운이 강하게 뿜어져나왔다.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ㅠ.ㅠ

<란위>는 왕가위의 <해피투게더>와 이안의 <브로크백 마운틴>같은 동성애영화다. 관금붕 자신이 커밍아웃을 하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데, 이 영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점은 확실히 '진정성'이라는 부분에 있는 것 같다.

호군(무간도에 나왔단다, 기억이 안나네..ㅡ.ㅡ)과 유엽(무극에 나왔다는데, 눈빛이 형형하니 기억이 날듯말듯.....ㅡ.ㅡ)이라는 낯선 홍콩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한몫한 것도 있고,

원래 신파가 전해오는 강한 마력이 있는건지도 모르겠지만, 둘의 사랑에 나도 모르게 굴복하고 엔딩장면에서는 눈물마저 훔치게 되었다는....



동성애라는 외양을 갖추었지만 이 영화, 결국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가슴에 새긴다는 이야기. 사람 사이의 내밀한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연출의 힘도 빛이 난 것 같았고....

뜨겁고 처절하고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눈빛과 손짓, 말 한마디로 전해지는 온기와 애틋함 때문에 <란위>의 후폭풍이 오늘 아침까지 몰아치고 있다.

어느때보다 기온이 뚝 떨어진 완연한 가을 아침이 되어서인지도....


포스터가 좀 자극적이긴 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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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9-1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파에 자주 굴복하곤 합니다. 음, 저도 어둠의 경로를.. 더듬더듬.. ^^

moonnight 2006-09-1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앗. 이 영화 보고 싶었는데 못 보고 지나간 거에요. >.<

플로라 2006-09-11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초반 충격적인 수위가 등장하고 번역도 이상하 버전으로 봤지만 그런 거 다 극복됩니다. 신파의 힘과 전염력은 정말 쎄요!! ㅎㅎ

달밤님, 달밤님도 어둠의 경로를 찾아보심이...ㅋㅋ 이 영화에서 감동먹고 뒤늦게 관금붕 아저씨 다른 작품들 찾아보는 중이에요...//부산영화제 낼 상영작 리스트가 뜬대요. KTX는 예매 했고 숙소 알아보는 중임다. 부산서 뵐 수 있는거죠? ㅋㅋ

2006-09-13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4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주 귀엽고 호기심 많고 강한 소녀가 세상의 여기저기를 다니며

따뜻함과 포용력 그리고 주변을 밝게 환기시키는 아름다운 미덕을 지닌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느낌,

하이드님에게서 전해집니다.

고단한 현실과는 다른 낯선 풍경, 경계심을 풀고 맞닿는 현지인들, 혹은 누구라도 친구가 되어 말건네오는 여행자들, 또 설레는 밤...

별들처럼 쏟아놓았던 안전한 일탈의 흔적들, 추억과 잔잔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멋진 선물들, 정말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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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9-1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어어어~ 부러워욤~ *^^*

하이드 2006-09-10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언제쩍 선물까지 꺼내 놓은거요.
무슨 연으로 여행끝마다 플로라님 만나서 주책맞게 네버앤딩수다. 를 ...
앙코르.는 오래오래 거기 있을테니, '언젠가는 갈 곳'으로 느긋하게 미뤄두셔도.
나도 왠지 느긋해져서, '다시 갈 것'이라는 명제 하나만 새겨두고 구체적인 계획 따위는 없네요.

플로라 2006-09-10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히히~*^^*

하이드님, 나 그 수다, 환영환영~^^ 님의 네버엔딩스토리는 나의 허한 마음 속으로 들어와 식은 마음과 꿈과 열정을 다시 뜨겁게 덥혀주는 최고의 선물이었어요. 훗.
그리고 오늘 친구랑 앙코르 가기 의기투합 비스무리한 이야길 했어요. 하이드님이 다시 갈 것, 이라는 아주 명징한 포스를 주었으니 전 앙코르 발동이 막 걸리는 중임다. 흐흐...^^

moonnight 2006-09-1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우어 눈이 휘둥그레 +_+; 저도 부러워요. 좋으시겠다. ^^ 그, 근데요. 책 외에 laundry랑 kommers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궁금궁금 ^^a;;;

플로라 2006-09-1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이 너무 자랑하는 페이퍼라 되었네요...^^ laundry는 FCC 앙코르호텔 어메니티인데, 세탁물이나 옷 넣어두는 주머니라고 보시면 됩니다요. 도마처럼 생긴 건 허브커터랍니다.^^ 제가 나름 허브로 가드닝을 하고 있어서리...ㅋㅋ
 

표지와 특집 페이지 발주를 맡긴 일러스트레이터가 속을 엄청 뒤집어놓으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도를 닦는 기분으로 서울시 일이 여차저차 마무리가 되었고, 팀장님이 진행하시는 일을 서포트하고 있다.

9월엔 몰아치면서 할일은 없을 것 같아서, 슬슬 잠깐 어디를 다녀올까 궁리 중이다.

사실 11월초에 태국을 갈거긴 하지만

이번 추석 연휴가 너무 아까워서 어제 이리저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가격을 알아봤는데,

과연 29일부터 가격이 두 배로 뛴다.

그래서, 그냥 연휴 시작되기 전에 지리산을 다녀올까, 아니면 그 전 주에 상하이를 주말여행으로 다녀올까, 저울질하고 있다.

지리산엔 2000년 여름에 화엄사부터 올라가 2박 3일 동안 등정했는데, 사실 정말 만만치 않은 산이라

선뜻 내키지 않고(여름에도 추워서 고생했는데 가을엔 지리산에 못가봤으니 상상이 안되지만...여튼 쉽지않은 산행이란건 분명), 상하이는 주말에 가면 엄청난 인파들에 치여서 너무 정신없는 여행이 될거라는 이야기에 마음이 왔다갔다....

모처럼 주어지는 연휴니까 정말 잘 보내고 싶은데....

흠....이것도 강박인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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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9-06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어딘가 가야 될거 같은데 가기엔 넘 비싸고..
전 서울에서 고궁순례나 하고 에버랜드나 갈까 합니다.

플레져 2006-09-06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가 아닌 방학 수준이던걸요? ㅎㅎㅎ
여행 계획 잘 하셔서 즐건 휴일 보내셔요.

플로라 2006-09-0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고궁순례도 좋은 생각인거 같아요. 그때되면 딱 다니기 좋은 계절이니까요.^^

플레져님, 방학....참 오랜만에 듣는 단어에요. ㅎㅎ 그냥 암것도 안하고 방콕하며 쉴지도 몰라요. ㅡ.ㅡ

moonnight 2006-09-0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저도 알아봤는데 추석연휴엔 정말 비싸더만요. -_- 그래도 워낙 긴 연휴인데 그냥 보내긴 아깝고. ;;

플로라 2006-09-07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워서 발만 동동 굴르는 중이에요...ㅜ.ㅜ 파비님 말씀처럼 그냥 고궁순례나 할까봐요...ㅡ.ㅡ
 

극동방송국 근처 <하카타분코>에 대적할만한 일본라멘집이 홍대에 입성했다.

주차장 골목 질러존 노래방 옆에 새로 생긴 <산초메>라는 곳.

월요일과 어제까지 이틀 연속 음주로 고단해진 속을 달래줄 곳으로 이곳을 선택,

오늘 점심에 먹고왔다.

하카다분코의 라멘은 진한 설렁탕처럼 먹고나면 든든해지는데,

산초메의 라멘은 우선 좀 개운하다 해야할까, 훨씬 국물이 깔끔했다.

오늘 쇼유라멘과 미소라멘을 다 먹었는데(내가 먹은 건 쇼유, 동행인이 먹은 게 미소)

먹고나서 정말 맛있어서 내일 또 올까? 라고 자못 진지하게 생각하기도....ㅋㅋ

요즘 홍대 앞에 특색있고 매력적인 가게와 공간들이 자꾸 들어서서 기쁘다.

뭐 언제나 홍대 앞은 독특하고 젊고 다채로운 감성들로 넘쳐났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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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9-0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시간을 맛기행처럼 즐기시는 플로라님이 부럽삼 ^^

플로라 2006-09-0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그런 건 아닌데...^^ 동네가 동네다보니...ㅋㅋ

moonnight 2006-09-0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면먹고 싶어요. 앙앙앙 -_- 어제 음주로 고단해진 저의 속도 달래주셔요. 흑. -_ㅠ

플로라 2006-09-07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담에 올라오시면 제가 풀코스로 모실게요...기대하세요~ㅎㅎ
 
공상소년소녀 UGUF의 30일간의 도쿄탐험 - 30 days in Tokyo
박은희.이경인 지음 / 한길아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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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유. 漫遊. 한가로이 이곳저곳을 두루 다니며 구경하고 놂.

이 책을 덮고나서 딱 떠오른 단어가 이것이다. 만유.

한달이라는 넉넉한 시간을 벗삼아 도쿄의 숨어있는 작고 예쁜 가게들과 골목들을 찬찬히 돌아본 기록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이미 파리와 캐나다의 보물창고로 유명해진 UGUF는 자신들의 웹사이트와 쇼핑사이트를 통해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의 세련된 감성과 안목에 많은 이들이 버닝 중인데, 나 역시 파리의 예쁜 골목과 가게들 사진으로 채워진 고가의 다이어리를 구입했으니 이미 이 책의 잠재독자였던건지도 모르겠다.

한달동안 펼쳐지는 도쿄탐험의 앞 부분은 UF의 친구인 치히로네 집에서의 일상과 친구들 이야기, 인근 가게, 서점, 카페와 음식점 탐방으로, 뒷 부분은 그녀의 남편 UG가 합류하면서 둘만의 쇼핑기와 도쿄인근 에노시마와 가마쿠라까지의 원데이트립 여정으로  채워져있다.

색다른 도쿄의 구경거리를 찾는 이들이나 가이드북에서 찾을 수 없는 도쿄사람들의 생생한 생활의 흔적이 묻어있는 곳들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뒷부분은 살짝 급박하게 정리를 한 것인지 이야기를 재밌게 하다 갑자기 중단된 느낌인데, 여행시즌에 맞춰 책을 내려고 억지로 마무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이번호 바&다이닝 특집이 도쿄다.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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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9-0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앗. 이런 책이 있었군요. +_+; 플로라님이 재밌다 하시니 바로 보관함으로 퍼나릅니다. 기대돼요. 굉장히 아기자기할 것 같은 느낌이네요. 한 달간 느긋하게 천천히 도쿄를 거닐어보기. 아, 해보고 싶어요. ^^

플로라 2006-09-0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격대비 책의 함량이 만족스런 건 아니지만, 흠..이렇게 도쿄를 보는 수도 있구나, 싶어요. 한달의 시간이 주어지면 달밤님은 도쿄가 아니라 아프리카로 떠나시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