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처럼 쉬던 일요일이라, 이런저런 집안일과 친구도 잠깐 만나고, 백화점도 가고, 어둠의 경로를 통해 구워진 영화도 봤다(그래서 언제나 쉬는 일요일이 오히려 더 분주하다.ㅜ.ㅜ)
홍콩 영화감독 관금붕(Stanley Kwan)이라는 이름이 익숙해진 건 꽤 되었는데,
정작 그의 작품을 만난 건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본 <완령옥>이 전부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운 대부분의 영화가 멜로인데, 어제 본 <란위>라는 작품에선 멜로를 넘어 신파의 기운이 강하게 뿜어져나왔다.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ㅠ.ㅠ
<란위>는 왕가위의 <해피투게더>와 이안의 <브로크백 마운틴>같은 동성애영화다. 관금붕 자신이 커밍아웃을 하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데, 이 영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점은 확실히 '진정성'이라는 부분에 있는 것 같다.
호군(무간도에 나왔단다, 기억이 안나네..ㅡ.ㅡ)과 유엽(무극에 나왔다는데, 눈빛이 형형하니 기억이 날듯말듯.....ㅡ.ㅡ)이라는 낯선 홍콩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한몫한 것도 있고,
원래 신파가 전해오는 강한 마력이 있는건지도 모르겠지만, 둘의 사랑에 나도 모르게 굴복하고 엔딩장면에서는 눈물마저 훔치게 되었다는....

동성애라는 외양을 갖추었지만 이 영화, 결국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가슴에 새긴다는 이야기. 사람 사이의 내밀한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연출의 힘도 빛이 난 것 같았고....
뜨겁고 처절하고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눈빛과 손짓, 말 한마디로 전해지는 온기와 애틋함 때문에 <란위>의 후폭풍이 오늘 아침까지 몰아치고 있다.
어느때보다 기온이 뚝 떨어진 완연한 가을 아침이 되어서인지도....

포스터가 좀 자극적이긴 하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