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부산으로 고고!
어제 예매가 시작되어 10월 14-15일 주말 이틀간 볼 수 있는 표를 공략,
총 4편의 영화를 예매했다.
<남쪽으로 가는 길> : 폴란드의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짧지만 특별한 여정이 펼쳐진다. 수도사였던 29살의 야쿱은 뇌종양 판단을 받고 생애 처음으로 바다를 보러 떠난다. 바르샤바의 윤락여성이던 21살의 율리아는 에이즈에 걸린 채 절망 속에 정처 없는 여행을 시작한다. 우연히, 혹은 필연으로 만난 그들은 너무나 다른 세상에서 살아왔지만, 둘은 얼마 남지 않은 생에 대한 절망, 후회, 슬픔 등을 공유하며 점차 하나가 되어간다.
이들이 바다로 향하는 길에 만나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은 인생을 거치며 겪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어리석고 무지하거나, 타인에 무관심하며, 주어진 생을 감사할 줄 모른다.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우리가 행해온 수많은 잘못들을 생의 마지막에서야 되돌아 보는 듯한, 그러나 절망의 끝에도 희망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슬픈 서정시와 같은 영화이다.
<여름 궁전>: 중국의 재능 있고 야심 찬 감독 중 제일 눈에 띄는 로우 예의 신작이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이 영화는 1987년부터 2001년까지 정치적 격변을 겪는 남녀들의 모습을 따라간다. 전작 <자줏빛 나비>에서 그랬듯이 이 영화에서도 로우 예는 등장인물들의 격한 심리적, 육체적 움직임을 따라잡기 위해 거의 들고찍기로 일관하며, 그들의 사랑과 좌절과 퇴폐에 동참하려는 카메라의 에너지를 드러내려 애쓴다. 관객을 탈진할 듯한 심리적 극점 상태에 몰고 가는 이 영화가 결국 남겨주는 여진은 뭐라 형언하기 힘든, 모든 것이 장렬하게 타버리고 만 재의 흔적을 본 듯한 기분이다. 주인공들의 격렬한 청춘의 에너지는 제대로 종착지를 정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소진된다. 대개의 청춘이 그렇다고 하겠지만 이들을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환경의 급변은 누구나 쉽게 악수를 청하며 위로를 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은 아니다. 로우 예의 스타일은 아름답다, 슬프다, 허무하다 따위의 말로 요약될 수 없는 극한 상태의 감정을 채색하는 쪽으로 치닫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론가 몸이 실려 움직이는 듯한 기분을 주는 이 영화는 인적 없는 바닷가에서 뭘 해야 좋을지 모를 심정이 되는 단독자의 상태로 관객을 데려다 놓는다.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한 시대의 청춘의 격한 초상으로 꽤 인상적인 영화가 창조된 것이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인생> :무기력한 인생을 되는 대로 살아가던 청년 쇼우는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고모가 죽었으니 뒤처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쓰레기로 가득한 그녀의 집을 정리하면서 쇼우는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친척의 인생을 궁금해 한다. 가와지리 마츠코는 목소리가 예쁜 고등학교 교사였고, 남성에게 몸을 파는 밤의 여인이었고, 야쿠자의 여자이자 살인자였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버린 여자의 일생. 그런데 노래와 안무와 특수효과의 다층적인 조합이 영상을 이끈다. 반짝인다는 표현이 소박할 정도로 화려한 짜임새와 모두가 멀리했던 여인의 파란만장한 일생이 만나, 즐거우면서도 슬픈 이중적인 감정을 만든다. 이는 영화가 끝날 무렵 그녀의 인생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설득력이 있다. 적절한 리듬으로 영화적 재미를 이끌어내는 나카지마 감독의 연출과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변신을 보여준 나카타니 미키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빛과 그늘, 화려함과 청초함이 공존하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은 배우 나카타니 미키와 감독과 제작사에게 올해의 눈부신 성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빨간버스> : 지금까지 대개 문화혁명 시기를 다룬 중국영화에서 우리가 흔히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는 ‘나쁜 과거’였다. <빨간 버스>는 일단, 그 통념을 깨트린다. 문화혁명 시기에서 현재까지 아우르며 전개되는 한 여인의 일대기를 다룬 이 영화는 좋은 의미에서 사적이며, 긍정적이고, 향수에 차있으며, 영화 속에 곧잘 나오는 흘러간 노랫가락이 암시하는 것처럼 공동체에 대한 낙관에 기초한 선의로 가득하다. 이 영화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구분도 없고 좋았던 사랑은 사라졌지만 지금이 그렇다고 꼭 불행한 것도 아니다. 우여곡절을 겪는 인생의 복판에 선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장 징추는 특히 40여 년의 세월을 거치는 꽤 야심적인 히로인 이미지에 썩 어울린다. 장쯔이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같은 가벼운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그녀의 매력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삶의 낙관을 잃지 않는 이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적 톤이 위선적으로 보이지 않는 주된 원천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인생>과 <빨간버스>가 기대된다. <마츠코>는 감독과 배우에 대한 신뢰때문에, <빨간버스>는 문화혁명시기를 색다르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아무도 모른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하나>가 무척 보고싶었는데 그건 평일에 하니 아쉽게도 패스. 흑... 곧 극장에서 상영하겠지. 부디꼭 해다오!!
그리고, 17일날엔 올해의 공로상 수상자인 유덕화가 온단다. 부산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괜히 흥분이 된다는....ㅎㅎ
암튼 13일날 밤 부산으로 출발! 영화의 바다에 퐁당~ 빠질 준비 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