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꺼이 고시생모드를 감수하고 있다.
추리닝에 포니테일로 질끈 묶어버린 머리, 책상 앞에 딱 붙어버린듯한 자세로.
살인적인 이번주 스케줄을 감내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어, 라고 위무하며.
이번주 안에 격월간 서울시 홍보매체 신년호를 마감해야하고(정확히는 오늘 목요일까지!),
다음주 진행되는 웹진 특집들 원고청탁과 인터뷰 질문지도 만들어 보내야하고,
팀원이 진행하고 있는 1월에 시작되는 체험프로그램 서포트도 해야한다.
내일, 크리스마스 이스케이프를 위해
환전도 해야하고,
머리도 잘라야하고(현재 상태론 도저히 그 꼴을 하고 나가는건 치명적인 국가망신을 불러올 수 있으니까.)
신발도 한 켤레 사야하고(편한 단화를 사야하는데, 당췌 홍대 앞으로도 뭐 사러 나갈 여유가 안생긴다)
가는 곳의 정보들도 찾아봐야한다. 금요일은 새벽부터 청주로 출장을 가니까.
아침에 회의가 두 개나 잡혀있어 살짝 걱정인데,
점심 시간을 이용해 은행과 쇼핑과 머리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까?
흠.... 묘안을 찾아야 해.
이번주가 시작되기 전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정말 열심히 달려야지 생각했다.
달콤한 성탄절 탈출을 감행하기 위해 기꺼이 그 정도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했다.
에너자이져가 아니지만 달리면서 지치지 않고 즐거이 일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동기부여.
몸이 근질근질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질러버린 탈출계획.
시의적절하게 잘 했다, 싶다.
아마 그런 돌출 이벤트(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없었으면 나의 이 야릇한 연말은 무척이나 건조하고 팍팍하고 우울했을 것 같다. 말도 안되게 폭주하는 업무량에 눌려 아마 누렇게 떠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기꺼이 이 탈출에 응해준 벗에게 감사한다. 쌩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