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과 서 - 동양인과 서양인은 왜 사고방식이 다를까 - EBS 다큐멘터리
EBS 동과서 제작팀.김명진 지음 / 예담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한 번쯤은 읽어 보았거나 제목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내 기억엔 얇은 양장본으로 얼마 안되는 책 속에서 동서양의 생각의 차이를 잘 보여주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이와 비슷한 주제로 방송되었던 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사실 워낙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가 선구자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시 이 책을 읽어서 얻을 만한 것이 있을 것인가 의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를 과학적으로 최초로 규명한 연구 저작물인 <생각의 지도>보다 한 걸음 나아가 여러 비교문화 연구의 결과에 사회적, 철학적 의의를 담아 내용을 확장시키는 노력을 하였다. 즉, 동양과 서양 문화 차이를 나타내는 실험 결과가 동양의 기(氣)와 장(場)의 사고와 서양의 분석적, 이성적 사고의 차이와 관계가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서양인은 우주가 텅 빈 허공이라고 생각한데 비해 동양인은 우주는 기(氣)로 가득차 있다고 보았으며 그 결과 조수 간만의 차나 만유인력을 좀 더 일찍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동양인들은 모양보다는 재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비해 서양인들은 재질보다는 모양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밝힐 수 있었으며 사물들이 독립된 개채라고 믿는 서양에서는 당연히 각 개체의 속성을 대표하는 '명사'가 언어의 중심을 이루는데 비해 사물들이 서로 연결되었다고 믿는 동양에서는 다양한 사물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표현하는 '동사'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서양인은 어떤 현상의 원인이 사물의 내부에 존재하는 속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동양인은 사물을 둘러싼 상황 떄문이라고 생각하며 동양인들은 사람의 감정 상태를 해석할 때에도 그 사람이 처한 환경과 맥락을 고려하지만, 서양인들은 그것을 개인의 내적 본성에서 찾으려고 한다. 또한 동양인은 말의 표면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목소리의 톤이나 이야기의 맥락 등의 정보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고맥락적 커뮤니케이션(high-context comunication)'을 하는데 비해 서양인은 맥락보다는 말하는 내용의 의미 자체에 집중하는 '저맥락적 커뮤니케이션(low-context communication)'을 한다.

 

 이와 같이 많은 실험을 통해 동양과 서양의 문화의 차이를 단순히 밝히는 것에서 벗어나 이를 사회적, 철학적으로 분석하고 비교했다는 점이 이 책이 <생각의 지도>와 다른 점이다. 또한 이후 봇물처럼 이어진 많은 흥미로운 실험들을 소개하고 있는 점 역시 차별화되는 점이다. 결국 이 책을 통해 얻을 것이 있을까라고 고민했던 나의 걱정은 기우임이 드러났으며 <생각의 지도>를 읽고 난 다음 이 책을 읽는다면 동 서양 문화의 차이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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