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반딧불,, > 그녀만의 향기가 배어나는 책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공선옥 지음 / 당대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까마득할 적에 읽었던 그녀의 단편선이었다.

지금은 제목마저도 잊어버렸지만 그 당시 그 책을 읽을 적에는 어떻게 저런 글을 쓸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가슴 아파했었었다.

너무나 많은 삶의 편린들이 마음을 아프게 하고 불편하게 하고 삶이라는 곤고한 자리를 지켜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는 그런 글이었었다.

세 자녀와 결혼 생활 이야기. 그 때 미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울었었는지 모른다.

삶에서 부닥치게 되는 최악을 이미 보고 나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었고, 그럼에도 살아갈

힘을 얻는 그녀가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녀의 소설을 읽고 나면 며칠은 책을 읽지 못한다.

첫번에 읽고 짧은 메모를 남길 적에도 그랬었다. 그녀가 한없이 크다고..너무 커서 어찌 해 볼 수가 없고

한 번 읽고 나면 한참은 다른 책을 바라볼 수 없다는 그런 막막함을 느낀다고 적었었다.

리뷰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더 늦기 전에 손에 든 두번째의 읽음에는 담담함과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의

생각이 있다. 지극히 일상적이며 그러면서도 그 속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도 헤쳐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규칙이 있다.

 

사람이라면 진실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분명히 보여야 할 일들. 생각들.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 대한 염려, 아니 질책.   그 속에 숨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애정.

 

그녀는 여전히 그녀만의 색깔을 가진 그럼으로 당당한 삶에 대한 확고함을 보여주는 작가임을

그래서 더욱 사랑해야 할 작가임을 다시금 일깨운다.

 

** 사족 : 이 글을 쓰기가 정말로 힘들었다. 비단 글에 대한 평 뿐이 아니라 작가의 삶이 늘 비치는 그녀의

글들이 언제나 나를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럼에도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그녀의 역량이리란 생각을 새삼스러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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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TV

...아,그리고 차력도장 말인데요..제가 7월달 선정도서를 정하도록 기회를 주실런지요? 저번에 도움받은 것도 있고해서..무언가 기여하고픈 마음에.^^ - 2006-06-09 13:45

상기 댓글을 입당의사로 받아들입니다.
아울러 다른 분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다음달 선정인은
의사를 밝힌 흑백TV님에게 우선권을 주고 싶습니다.
반대하실 분은 옥상으로 오세요.  =3=3=3

<당원 명부>

검은비 -> 04년 7월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선정
네무코 -> 06년 5월 신기생뎐
느림 -> 04년 8월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선정
단비 -> 06년 6월 다빈치코드 선정
또마 (=몽상자=자몽상자) -> 06년 8월 눈먼 자들의 도시
마태우스 -> 04년 9월 장석조네 사람들 선정
메시지 -> 04년 10월 살아있는 우리신화 선정
로드무비 -> 06년 9월 생사불명 야샤르 선정
바람돌이 (추후 입당)
반딧불 -> 05년 1월 수상한 과학 선정
복돌이->04년 6월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선정
비발 -> 04년 12월 처녀치마 선정
수니나라 -> 05년 3월 맞벌이의 함정 선정
실론티 -> 05년 4월 아인슈타인의 꿈 선정
쏘울키친 -> 05년 2월 코끼리를 쏘다 선정
아영엄마 -> 05년 5월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선정
연보라빛 우주 -> 05년 6월 몽고반점 선정
이카루 -> 04년 11월 나는 걷는다 선정 (=복순언니)
이파리 -> 05년 7월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조선인 -> 05년 8월 조선의 뒷골목 풍경
지우개 -> 05년 9월 표절
진/우맘 -> 05년 10월 외출
책읽는나무 -> 05년 11월 미쳐야 미친다
파란여우 -> 05년 12월 나를 부르는 숲
판다 -> 06년 3월 최초의 현대화가들
폭스바겐 -> 06년 2월 백년 여관 선정 (= 모카신)
하루 -> 06년 4월 제5도살장
하얀마녀
흑백TV -> 06년 7월 한국인코드 : 입당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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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6-0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백 TV님의 입당을 환영하고 축하합니다~~ ^^
-흑... 아무래도 저는 차력도장에서 내치심이... ㅜㅜ(리뷰 쓴 책이 두 권밖에 안되는 것 같어...)

차력도장 2006-06-0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홍 가입은 쉬워도 탈퇴는 어려워요.
그리고 리뷰 쓰는 게 의무도 아닌데요, 뭐.

쎈연필 2006-06-0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토록 친절한 연혁이라니...
근데 차력도장 관리하시는 분은 누구시죠? 애 많이 쓰십니다.
초심을 안 잃는군요^-^
8월달은 제가 선정하고 싶습니다. 태클 거는 분 계시면 옥상으로 데리고 가 주시기를...
흑백TV님 입당을 축하드려요

차력도장 2006-06-09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또마님, 안 그래도 님의 양해가 제일 중요했는데, 8월 선정을 자청하여 주셔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에, 또, 제가 누굴까요? ㅋㅋㅋ

하루(春) 2006-06-09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도 환영합니다.
활동은 별로 안 하는 당원이지만, 그래도 환영은 해야죠. ^^

비로그인 2006-06-09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헉~ 얼떨결에..감사 드립니다.^^;; 차력도장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활동해 보겠습니다.^^ 환영해주신 아영엄마,또마,하루님 모두 감사요.그리고 차력도장 운영자님께두.*^^

반딧불,, 2006-06-09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백티비님 환영합니다.
저도 뭐 몇 개 안썼습니다. 참고로 쓴 것도 안퍼오시더만요.흑.

차력도장 2006-06-1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반딧불님, 제가 놓친 게 있나요? 죄송해요. 얼른 찾아볼게요.
 
 전출처 : 쎈연필 > 호오오오오오잇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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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성을 현실에 끌어들이는 기법을 오롯이 글로 쓴다면 극단의 결과가 나온다. 성공하면 백년을 고독하게 보낼 필요가 없는데, 대부분 실패한다. 그래서 감히 현실 소재를 뛰어넘는 것을 끌어들여와 글쓰기를 할 엄두를 못 낸다. 그런 점(환상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지의 즉물성이 확실한 만화는, 매력 만땅(왠지 만땅이라는 어휘를 쓰고 싶다)의 예술이다. 이 만화집에 실린 모든 단편이 고르게 재밌고 울림이 있다. 현실과 환상의 병치를 작가는 아주 능숙하게 구사한다. 너무 능숙해서, 갈고 닦은 게 아니라 타고난 재능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가의 처녀작이 작품집의 맨 뒤에 자리한다. 아닌 게 아니라 터치가 투박한 것이 아마추어 냄새를 팍팍 풍긴다. 나는 그 냄새나는(?) 처녀작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기존 질서에 대한 재해석, 해체, 그리고 감추며 드러내기! 감추며 드러내기는 미메시스+낯설게하기이다. 훌륭한 기본기와 플롯은 작가의 덕목일진저. 그 덕목을 갖춘 작가가, 그것도 신인이, 패기 넘치게, 기존의 꽉 막힌 체계를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런 진선미를 보았나. 이렇듯 우리가 알지만 낯선 소재… 가 작품집 전체를 관통한다.

리바이어던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용가리가 되겠고 일어 중역하면 고질라쯤 되겠다. 그것은 대체로 생명체로 상징되어 왔다. 권력자들은 대부분 인간들이니. 이 작가는 그 괴물을 기계로 환치시켰다. 맹목적인 선함의 강요는 단선적인 이데올로기가 된다. 선이 선으로서 기능하는 건 악이라는 관념과의 비교 때문이다. 그래서 선/악은 절대적일 수 없다. 절대적일 수 없는 게 절대적(모두가 착하게 살았답니다)이 된다는 것은 곧, 다른 관념을 억압하거나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일 게다. 이 작품의 리바이어던이 눈달린 컴퓨터라는 것은, 정보(눈)와 이성(컴퓨터)을 통제한다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계몽의 변증법』이라는 책에 따르면, 옛날의 대중은 나쁜 놈이 누군지를 인식했다. 처리할 대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대의 권력자들은 직접적 억압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중은 누구를 향해 돌을 던져야 할지를 모른다. 문화 산업이란 것으로 대중들의 생활 양태를 조작한다. 그러니까, 무비판적인 대중의 양산, 그것이 현대의 권력자들이 문화 산업을 키운 주목적이다(문화 산업의 최강대국이 단연 미국이고, 그것을 무지막지하게 수출하는 까닭이 이거다). 어쩌다 보니 얘기가 길어졌는데, 그런 점(얘기를 길게 할 수 있게 만드는 점)에서 리바이어던은 잘 다듬어서 서사화 해도 괜찮을 듯한 우화이다.   

선택도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작품이다. 근래에 읽은 전인권의 『남자의 탄생』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남자고교, 군대, (남성들만 득시글대는) 노가다판을 거친 청년(마초의 탄생!). 청년도 나름대로 애저린 서사를 지니고 있을 게다. 가난한 고학생이며 불안한 가정에서 자랐다든지… 헌데 작가는 그런 너저분한 사연을 생략한다. 환경이 좆이건 지랄이건, 사람은 살면서 수차례의 탈태(?) 기회를 부딪친다. 그런데 자기가 가진 (물질적인 게 아닌 정신적인) 것이 비루하다고 느끼면서도 자기가 가진 것을 고집하는 인간이 대다수다.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서, 청년은 친구를 친다. 마지막 장면에서 곤충학자의 시선을 느꼈다. 아무쪼록 그런 관찰력과 과감함을 더욱 업그래이드 하시길.

앞에 실린 세 작품은, 재미로 치면 월등했지만, 마무리와 구성이 엉성하게 느껴졌다. 보고 난 후 이런 의문이 남는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사건을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독자를 잡고 이끌어가는 능력도 있다. 헌데 왜 그런 식으로 끝내지? 엮은 매듭을 감당 못하는 듯했다. 하늘로 날려버리거나, 바다로 보내버리거나, 죽여버리거나, 변신시키거나, 회개하는 것 ㅡ 가장 불필요한 마무리 서사다. 나는 사실 둘리의 마지막 장면을 봐도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젊은 만화가 중에, 이런 방면에 공력을 쏟는 작가가 있다는 건 기대되는 일이다. 기대는 곧 미래. 미래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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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쎈연필 > 그렇게 가는 거지
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5년 1월
구판절판


그의 어머니는 드레스덴 공습 때 화재 폭풍에 타 죽었다. 그렇게 가는 거지-11쪽

이 재향군인은 지하실로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는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결혼반지가 그 요란한 장식에 걸리고 말았다. 엘리베이터 바닥이 내려가자 그는 공중에 매달리게 되었고 천장에 짓눌려 으깨지고 말았다. 그렇게 가는 거지.
그래서 내가 이 이야기를 전화로 불러 주자, 등사 원판을 뜰 그 여자가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그 사람 아내는 뭐라고 했죠?"
"부인은 아직 몰라요." 내가 말했다. "이제 막 일어난 일이니까."
"그 여자에게 전화해서 뭐라는지 알아봐요."
"뭐라고요?"
"경찰서의 핀 경위라고 하면서 안 좋은 소식이 있다고 말해요. 그러고는 그 소식을 전하고 그 여자가 뭐라는지 들어보는 거예요."
나는 그렇게 했다. 그 여자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말을 했다. 아기가 있다. 기타 등등.
내가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그 여자 서기는 순전히 사적인 호기심에서 내게 물었다. 그 으깨진 남자가 어떤 꼴이더냐고.-18쪽

나는 모텔 방에서 기드온 성서를 뒤져 대규모 파괴 이야기들을 찾아보았다.

롯이 소알에 들어가자 대지 위로 해가 솟았다. 그때 주께서 손수 하늘에서 유황과 불을 소돔과 고모라에 비같이 퍼부으시어 그 도시들과 모든 들과 도시의 모든 주민과 땅에 돋아난 푸성귀까지 모조리 엎어 멸하셨다.

그렇게 가는 거지.
다 알다시피, 두 도시의 주민들은 사악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없어지자 세상은 더 나아졌다.
물론, 롯의 아내는 그 모든 사람들과 그들의 집이 있는 곳을 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보았고, 나는 그 때문에 그녀가 마음에 든다. 얼마나 인간적인 행동인가.
그리하여 그녀는 소금기둥이 되었다. 그렇게 가는 거지.-34쪽

트랄파마도어 인은 시체를 볼 때, 그 죽은 사람이 바로 그 순간에는 나쁜 상태지만 다른 많은 순간들에는 아주 양호하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지금은 나도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깨만 한번 들썩 하고는 트랄파마도어 인들이 죽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을 할 뿐입니다. '그렇게 가는 거지.'-40쪽

"그놈을 사막에 있는 개미탑으로 데려가는 거야, 알아? 하늘을 향해 뉘여 놓고는 놈의 쌍방울하고 작대기에 꿀을 흠씬 바르고 놈의 눈꺼풀을 잘라내서 죽을 때까지 태양을 쳐다보게 만드는 거지."
그렇게 가는 거지.-51쪽

그래서 빌리는 양손 엄지로 병의 코르크 마개를 땄다. 펑 소리는 나지 않았다. 샴페인은 죽어 있었다. 그렇게 가는 거지.-91쪽

문학평론가들인 그들은 빌리도 문학평론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소설이 죽었는지를 놓고 토론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렇게 가는 거지.-239쪽

내가 일 년 내내 사는 집에서 12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여름 별장을 둔 로버트 케네디가 이틀 전 밤에 총에 맞았다. 그는 어젯밤에 죽었다. 그렇게 가는 거지.
마틴 루터 킹이 한 달 전에 총에 맞았다. 그도 죽었다. 그렇게 가는 거지.
그리고 우리 정부는 매일 베트남에서 군사학에 의해 만들어진 시체의 수를 알려 준다. 그렇게 가는 거지.
그리고 내 아버지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자연사였다. 그렇게 가는 거지.-244쪽

그는 트랄파마도어 인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지구인은 찰스 다윈이라고 말한다. 죽는 사람은 죽기로 되어 있어서 죽는 것이고, 시체는 진보의 증거라고 가르친 것이 그들 마음에 든 것이다. 그렇게 가는 거지.-245쪽

평균 324,000명의 신생아가 매일 세상에 태어난다. 같은 날, 평균 10,000명이 굶주림이나 영양실조로 죽는다. 그렇게 가는 거지. 또 123,000명이 다른 이유로 죽는다. 그렇게 가는 거지.-247쪽

그 영국군이 생존에 대해 한 말은 이랬다.
"여러분이 외모에 대한 자부심을 잃는다면, 금방 죽을 것이다."
그는 몇 사람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죽는 것을 보았노라고 말했다.
"그 사람들은 똑바로 서는 것을 그만두더니, 면도하거나 몸을 씻는 것도 그만두고, 이어서 침대에서 나오는 것도 그만두고, 그 다음에는 말하기를 그만두더니, 결국 죽었다. 그렇게 죽는 것에 대해 이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쉽고 고통 없이 가는 방법이다."
그렇게 가는 거지.-171쪽

수백 개의 시체 광산이 가동되었다. 광산들은 처음에는 냄새가 심하지 않아 마치 밀랍 인형 박물관 같았다. 그러나 곧 시체들이 썩어 문드러졌고, 그 고약한 냄새는 장미와 겨자탄을 섞어 놓은 듯했다.
그렇게 가는 거지.
빌리와 함께 작업하던 마오리 사람은 명령을 받고 그 고약한 냄새가 나는 곳에 내려가 작업을 한 뒤로 심하게 헛구역질을 하다 죽었다. 그는 토하고 또 토하면서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렇게 가는 거지.
그래서 새로운 기술이 고안되었다. 이제 더는 시체들을 꺼내지 않아도 되었다. 화염방사기를 든 병사들이 시체들을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화장했다. 병사들은 그 대피소 밖에 선 채로 그냥 화염만 안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고 있을 때쯤, 고등학교 선생 출신의 가엾은 노병 에드가 더비가 카타콤에서 찻주전자 하나를 드록 나오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그는 약탈죄로 체포되었다. 그는 재판을 받고 총살당했다.
그렇게 가는 거지.-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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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태우스 > 망명 덕분에....
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서재망명을 한 적이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면서 무척이나 비장하게 시작한 서재망명은 며칠만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머쓱하기만 한 그 망명 기간이 전혀 의미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심술궂고 장난을 잘치는 '부리'라는 인물이 탄생해 자아분열 놀이를 하게 된 것이 조그만 성과라면, 내가 알라딘 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은 큰 성과일 것이다. 망명을 했다 돌아온 나를 환영한다며 선물을 한 분이 계시다. 그분이 주신 책이 바로 <다빈치 코드>, 책을 살까 말까 망설이다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고 결정해야지, 하고 있는데 받은 책이라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께 감사드린다. 하여간 앞으로도 망명을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럴만한 건수가 없다는 거다. '아무도 추천을 안해준다'는 것도 좀 허접한 이유고, '날씨가 더워서'라고 하면 카뮈를 따라하는 것 같고. 뭔가 좋은 건수가 없을까?

<미켈란젤로의 복수>라는 책이 있다. <파라오의 음모>라는 말도 안되는 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반덴베르크의 작품인데 (독일 사람들은 마음도 좋지!), 그래도 이 책 하나는 그런대로 재미있다.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를 그리던 미켈란젤로는 자신에게 가해진 부당한 대우에 복수하는 뜻에서 벽화 밑에 '아블라피아'라는 단어를 써 넣는데,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는 과정에서 여럿이 죽는다. <다빈치 코드>를 읽으면서 그 책을 여러번 떠올렸다. 두 책 모두 추리소설이고, 예수의 삶에 얽힌 비밀을 둘러싼 음모를 다루고 있다.  두 책 중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난 <미켈란젤로의 복수>를 택할 것 같다. 왜? 리뷰의 대가 마냐님의 말이다. "추리소설에 우연이 남발되면 긴장이 떨어진다" <다빈치 코드>는 우연에의 의존도가 크다. 박물관 관장이 알고보니 할아버지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부인이었으며, 청년은 친오빠였다! 게다가 흥미를 유발하려는 노력이 지나쳤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뒤를 돌아본 주인공은 매우 놀랐다"고 끝을 맺는데, 다음 단락에 가면 그 놀란 이유가 별 게 아니다. "알고보니 자기 그림자에 놀란 거였다"

하지만 이 책이 꽤 재미있긴 했다. 읽는 내내 다음 장면이 궁금했으며-비록 자기 그림자에 놀란 거라고 할지라도-저자가 들려주는 풍부한 지식은 내 무식을 일깨워 미술공부에 매진해야겠다는, 그리고 루브르를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한가지만 더. 책에 나온대로라면 여주인공은 지적일 뿐 아니라 굉장한 미녀이기도 하다. 그녀는 랭던을 도와 길고긴 모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는데, 그 과정에서 한번도 미인계를 쓰지 않는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예컨대 살인자가 총부리를 들이댈 때 가슴을 살포시 보여준다든지, 바지를 살짝만 걷어도 효과가 있을텐데 말이다. 게다가 책에 나오는 남자들은 참으로 이상해, 그녀의 미모에 별 관심이 없다. 그녀의 상관인 반장은 그녀를 별 이유도 없이-직원들의 업무능력을 떨어뜨린다나?-싫어하고, 남자주인공인 랭던도 그녀를 어떻게 해볼 생각은 없는 듯했다. 하여간 이 책에 나오는 남자들 중 그녀에게 집적거린 사람은 하나도 없다.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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